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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 인구주택총조사가 다시 문을 두드린다. 전 국민의 인구·가구·주택 정보를 아우르는 국가 최대 규모의 조사다. 1925년 첫 시행 이후 100년 동안 5년마다 지속돼왔다. 이 조사는 우리 사회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이자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데도 필수적인 나침반 역할을 한다. 예컨대 정부는 인구주택총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장래 인구를 예측하고, 국민연금 재정 전망이나 건강보험 정책을 설계한다. 아울러 병력 자원 규모를 추산해 국방 인력 수급 계획을 세우고 교육 부문에서는 학령인구 변화를 고려한 학교의 신설·통폐합 계획 또한 수립한다. 연금·의료·국방·교육 등 주요 정책의 뿌리는 모두 이 자료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는 가족 돌봄시간, 결혼 의향·계획과 같은 새로운 항목들이 포함된다. 이는 단순한 통계적 호기심을 위한 질문이 아니라 변화하는 사회 현실을 공식적으로 기록하려는 매우 중요한 시도라 할 수 있다. 특히 가족 돌봄시간을 전 국민에게 묻는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고령화·만성질환 등으로 가족을 돌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이 노동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취급돼 그동안 통계에서 제대로 포착되지 못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지역별 돌봄시간 분포가 드러나면 돌봄휴가제도·유연근무제·돌봄수당 같은 정책이 더 정교하게 설계될 수 있다.
‘영 케어러’는 어린 나이에 가족을 돌보는 청소년이다. 이들은 학업과 사회생활을 포기하면서 가족을 책임지고 있지만 그들의 현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센서스의 가족 돌봄시간 항목은 이들을 위한 첫 공식적인 조사이며 정책적 관심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청년들의 결혼 계획 및 의향도 전국 단위로 조사된다. 그간 소규모 표본조사에 의존하던 것과 달리 전 국민 수준의 데이터를 통해 지역·연령별 차이를 분석할 수 있다. 이는 저출생 문제를 이해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항목의 추가는 과거 ‘옥탑방’이나 ‘반지하’ 주거 형태가 통계에 반영되며 주거 복지 정책이 확장됐던 경험과 맞닿아 있다.
센서스의 강점은 시군구·읍면동 단위로 인구와 주거 특성을 파악할 수 있어 지역별 맞춤형 복지나 청년 주거 정책 수립이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역사가 깊은 나라일수록 센서스의 가치를 잘 이해한다. 미국은 1790년부터 10년마다 인구조사를 해왔으며 프랑스·영국·캐나다 등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은 센서스를 다양한 행정 자료와 결합해 인구 이동, 소득, 교육, 환경 등 폭넓은 정책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IRS 자료와 센서스 그리고 환경센서를 결합해 대기오염이 아동의 소득 이동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은 지역별 환경복지 정책 설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기도 했다.
인구주택총조사 데이터를 건강보험·세무·교육 자료와 연계한다면 훨씬 더 실효성 있는 정책 설계가 가능해질 것이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이 방향이 열리면 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가능성은 실로 무궁무진하다. 인구주택총조사는 통계청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의 삶을 묻는 질문이며 더 나은 내일을 함께 설계하는 국민의 응답이다. 초인종이 울릴 때, 망설이지 말기를 바란다. 당신의 응답이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밑그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