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니스 경기에서는 4포인트를 득점하면 1게임을 얻는 방식으로 6게임을 먼저 차지하는 선수가 승리한다. 그러나 2포인트 이상 또는 2게임 이상의 차이로 이기지 못하는 듀스 상황이 오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끝없이 경기를 치러야 해서 관중도, 선수도 지쳤다. 1970년대 미국 US 오픈에서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 6대6 게임이 되면 12포인트 중 7포인트를 미리 얻는 선수가 이기는 ‘타이브레이커(tiebreaker) 게임’ 규칙을 도입했다. 동점일 때 우위를 가리기 위해 쓰는 타이브레이커는 이처럼 테니스 경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규칙은 동률이 생길 경우 동률 팀 간 맞대결 전적에서 우위 팀이 이기는 ‘승자승 원칙’, 득점에서 실점을 뺀 수치가 높은 팀이 이기는 ‘득실 우선 원칙’ 등으로 다양하게 발전했다.
100석으로 구성된 미국 상원도 표결에서 50대50으로 동률을 이룰 때 의장인 부통령이 결정하는 ‘타이브레이커 보트(vote)’ 제도를 두고 있다. 일종의 ‘캐스팅 보트’다. 미국 상원이 1일 감세, 불법 이민 차단 강화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주요 국정 의제가 담긴 ‘크고 아름다운 법안’을 표결에 부쳐 간신히 통과시켰다. 50대50으로 동수를 이뤄 JD 밴스 부통령이 ‘타이브레이커’ 권한을 행사한 것이다. 여당인 공화당이 53석으로 과반을 보유했지만 3명의 소속 의원이 반대표를 행사했기 때문이다. 미국 하원도 전체 435석 중 공화당이 220석으로 212석의 민주당보다 8석을 많이 가졌지만 이탈표로 이 법안의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대통령이나 당 지도부의 핵심 정책에도 반대표를 던질 수 있는 미국의 정치 문화는 당내 민주화라는 관점에서 주목된다. 우리나라의 헌법과 국회법은 각각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회에서 당론과 달리 투표하는 것을 허용하는 ‘크로스 보팅’을 실시하는 등 당내 민주화를 진전시켜야 의회민주주의도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