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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시 산정동에 자리한 산정새마을금고 뒤편으로 가면 금고 사옥보다 더 큰 덩치의 3층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의 정체는 2017년 목포 금융기관 최초로 문을 연 산정새마을금고 문화센터다. 금고가 도로변으로 이전하면서 옛 사옥으로 쓰던 건물은 임대 수익을 포기한 채 오롯이 회원들만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라인댄스와 요가, 에어로빅, 줌바 등의 무료 강연이 이뤄지는 이곳은 어느덧 목포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했다.
김판용 산정새마을금고 이사장은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불과 8년 전만 해도 금융기관은 예금과 대출 업무만 하는 곳이라는 정서가 팽배했다”며 “하지만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하는 새마을금고 ‘상부상조’의 정신에 맞춰 문화센터 설립을 비롯한 사회 공헌 사업을 적극 추진한 결과 금고 자산도 크게 불어났다”고 밝혔다. 실제 2019년 김 이사장 취임 당시 800억 원대였던 금고 총자산은 6년 만에 1825억 원으로 2배 넘게 급증했다. 김 이사장은 “강연은 무료지만 최우수 강사들이 진행하다 보니 회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덕분에 센터 회원 150명이 주변에 금고 회원 가입을 권유하는 홍보맨을 자처하고 있다”고 전했다.
1975년 주민 83명이 출자한 자본금 83만 원으로 문을 연 산정새마을금고는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지금은 목포 굴지의 금고로 자리 잡았지만 50년 전만 해도 비가 오고 인근 북항으로 밀물이 들이닥치면 온 동네가 물바다로 변하는 낙후된 지역이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과의 상생 경영을 꾸준히 실천해온 덕분에 전국 새마을금고 경영평가 대상(2회)과 최우수상(2회), 우수상(2회) 등을 휩쓸며 경영평가 1등급도 놓치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전국 새마을금고가 적자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산정새마을금고는 11억 원 넘는 세전 이익을 거둬들였다. 수십 년간 우량 고객들을 잘 관리해온 결과 연체율도 2.9%까지 낮추며 새마을금고 전체 연체율 평균(6.81%)을 크게 밑돌고 있다.
튼튼한 재무구조는 고배당의 밑거름이다. 김 이사장은 “다른 곳이 2%대 배당에 머물 때도 우리는 최근 5년간 4~5%대 배당률을 줄곧 유지해왔다”며 “고객들로부터 내 돈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금고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흐뭇하다”고 말했다. 임직원들과 함께하는 ‘반려해변’ 정화 활동은 또 다른 자랑거리다. 임직원은 목포 고하도 해변을 반려해변으로 입양해 바다에서 떠밀려온 해양 폐기물들을 수거하는 활동을 3년째 이어오고 있다.
김 이사장은 현재 123억 원 수준인 금고 적립금을 300억~400억 원대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그는 “적립금 규모가 300억 원은 넘어야 외풍에도 끄떡없이 ‘백년대계’를 꿈꿀 수 있다”며 “대내외 리스크로 어려움이 적지 않겠지만 지금처럼 두터운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 영업을 확대해나간다면 목표 달성도 그리 머지않았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