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면서 대한민국도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가파른 고령화 속도만큼이나 치매 환자도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국내 치매 환자는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치매 환자인 셈이다. 치매에 걸리면 치료비와 간병비 등을 포함해 연간 수천만 원이 넘는 돈이 들게 마련이다. 고령화 시대에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치매를 피할 수 없다면 미리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 이러한 수요에 맞춰 보험사들도 앞다퉈 치매·간병보험을 내놓고 있다. 중증치매뿐 아니라 경증치매는 물론 진단비와 약물 치료비, 간병비까지 책임지는 상품이 등장하면서 보장 내용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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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추정 치매환자 수는 105만 2977명으로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 2020년 84만여 명에서 매년 5만 명 넘게 늘어난 셈이다. 국내 1000만여 노인 인구 중 10명당 1명꼴로 치매 환자라는 의미다. 중앙치매센터는 국내 치매 환자가 2030년 142만 명, 2030년 226만 명을 거쳐 2050년에는 315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늘어나는 치매 환자만큼이나 치료·간병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2022년 기준 치매 환자 1명당 연간 관리 비용은 약 222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 1851만 원에서 20%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중증일수록 비용은 불어날 수밖에 없다. 임상치매등급(CDR) 3등급 이상 중증의 경우 연간 관리 비용은 3480만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간병인 평균 일당이 약 14만 원까지 오르면서 치매 환자는 물론 가족의 간병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특히 간병비는 국민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되지 않을뿐더러 실손보험 보장 대상도 아니라 환자나 보호자들이 전적으로 부담할 수밖에 없다.
누구에게나 갑자기 찾아올 수 있는 치매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최근 보험사들이 앞다퉈 내놓고 있는 치매·간병보험에 미리 가입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녀들이 대신 가입하기도 하지만 본인이 직접 가입하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치매 검사에서부터 진단·입원·치료·간병에 이르기까지 보장 범위를 늘리고 가입 편의성도 높인 상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 만큼 꼼꼼히 따져본 뒤 자신에게 잘 맞는 보험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교보생명이 내놓은 ‘교보치매·간병안심보험’은 경증치매 환자를 위한 보장을 강화한 상품이다. CDR 3등급 이상의 중증 치매뿐 아니라 경도(CDR 1등급)·중등도(CDR 2등급) 치매 발생 시 진단보험금과 함께 매달 생활비를 평생 지급한다. 예를 들어 경증치매 진단 시 일시금 500만 원, 중등도 치매 시 일시금 1000만 원 등과 함께 매월 생활자금도 받을 수 있다. 또 생활자금을 받다가 조기에 사망해도 최소 3년(36회) 동안 지급이 보증된다.
치매 중증도를 평가하는 대표적 검사인 CDR 검사지원비를 지원해주는 상품도 있다. KB손해보험의 ‘KB 골든케어 간병보험’은 특약으로 치매 CDR 척도 검사지원비와 MRI·CT·PET 검사비, 치매 약물 치료비 등을 탑재했다. CDR 검사는 치매 환자의 상태를 세밀하게 파악해 치료제 투약량 등을 결정하는 데도 필수적인 검사로 평가받는다. 기존 상품들이 치매 원인을 분석하는 검사 비용에 대해서만 보장해준 것과 달리 CDR 검사 비용도 연 1회 한도 내에서 보장한다.
고가의 치매치료제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상품도 있다. 흥국화재(000540)의 ‘흥Good 가족사랑 간편치매간병보험’은 업계 최초로 치매치료제 ‘레켐비’ 보장 특약을 탑재했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 원인 물질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하는 치료제다. 치매 초기 단계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고,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일정 수준 축적이 확인된 경우 치료제를 투여하면 최초 1회에 한해 최대 1000만 원의 치료비를 지급한다. 레켐비 외에도 향후 개발될 동일한 효과의 약제들을 전부 보장해준다.
치매뿐 아니라 노년기에 자주 발생하는 질환까지 보장받길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상품도 눈길을 끈다. 미래에셋생명(085620)의 ‘M-케어 치매간병보험’은 치매나 장기요양 보장에 그치지 않고 백내장·녹내장 수술이나 인공관절 치환수술 등 노년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질환까지 폭넓게 보장한다. 기본적으로는 치매 검사비와 진단·치료·통원 및 입원에 이르기까지 치매와 장기요양에 대한 체계적 보장을 제공한다. 질병이나 재해로 인해 간병이 필요한 경우 간병인 사용 입원비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이용 입원비를 각각 최대 180일간 보장한다.
이미 질병이 있다면 장기간병보험 전용 간편 가입형을 새로 도입한 NH농협생명의 ‘요양을 안심해 NH간병보험’을 눈여겨볼 만하다. 치매·파킨슨병 진단 이력이 있어도 최근 3개월 이내 의사의 입원, 수술, 추가 검사 및 진단 소견이 없는 등 5가지 질문에 이상이 없을 경우 일반 심사 보험보다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다. 또 보장 범위도 대폭 확대해 장기요양 1등급부터 인지지원등급까지 보장하고 재가급여 중 이용률이 높은 주·야간보호(데이케어센터) 보장도 신설했다. 간병인 보장도 강화해 실제 간병인 사용 비용에 따라 연간 사용 금액의 최대 50%를 환급받을 수 있다.
재활치료까지 보장해주는 상품도 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000370)의 ‘한화 치매간병보험’은 장기요양 급여에 대한 고객 수요를 반영해 재가 및 시설 급여를 이용할 때마다 보장받는 장기요양급여금Ⅱ 담보를 신설했고 경증치매 단계에도 우울증 진단비, 정신질환 진단비 등을 보장한다. 또 치매 진단 이후 정신 질환은 물론 데이케어센터 이용도 담보에 포함해 보장공백을 최소화했다.
다만 간병보험에 가입할 때는 보험료 납입 형태가 갱신형인지 비갱신형인지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간병보험은 노후를 대비한 보험인 만큼 나이가 많을수록 보험료가 오르는 구조다. 갱신형은 가입 후 일정 기간이 지날 때마다 나이와 위험률을 따져 보험료를 다시 계산한다. 가입 시점에 확정된 보험료가 계속 유지되는 비갱신형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초기 비용은 저렴하지만 갈수록 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갱신형에 환급률이 높은 상품은 젊을 때 가입할수록 유리하고 갱신형 상품은 치매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고령자에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