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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악성 미분양' 700여가구만 매입…건설경기 회복 지연되나[집슐랭]

[정부, 3000가구 목표치보다 저조]
한달간 3536가구 접수됐는데
심의통과 물량은 733가구 그쳐
전남·충북은 한건도 매입 안해
정부, 매도 신청 추가 모집 검토
건설업계 "매입 상한가 높여야"

  • 신미진 기자
  • 2025-07-14 10:36:03
  • 기획·연재
[단독]'악성 미분양' 700여가구만 매입…건설경기 회복 지연되나[집슐랭]
대구의 한 미분양 아파트에 '1억 이상 파격 할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올해 정부가 사들이기로 한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매입 물량이 목표치보다 저조한 700여 가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가 총 3500여 가구에 대한 매도를 신청했지만, 가격·입지·분양전환 가능성 등을 검토하는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다.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건설경기 활성화가 지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한 달간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매도 신청을 받은 결과 총 58건, 3536가구가 접수됐다. 이 중 6월 매입심의위원회를 통과한 물량은 12건, 733가구에 불과하다. 이는 LH가 매입하기로 한 물량(3000가구)의 4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지역별로 보면 부산이 352가구로 가장 많고 이어 충남(92가구), 대구(91가구), 경북(88가구) 등의 순이다. 전남과 충북에서는 각각 252가구, 145가구의 신청이 접수됐지만 단 한 건도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매입 규모는 하자검증 등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확정된다. 이 과정에서 실제 매입규모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LH 관계자는 “주변에 빈집이 많아 수요가 부족하거나 입지, 향후 분양전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매입 적격대상을 선별했다”고 설명했다.



[단독]'악성 미분양' 700여가구만 매입…건설경기 회복 지연되나[집슐랭]

앞서 국토부와 LH는 올해 2월 건설경기 악화 대응을 위해 지방 전 지역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3000가구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2만 1480가구로 11년 만에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이중 약 80%가 지방에 쏠려있는 것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였다. 매입 상한가는 감정평가액의 83%다. 매입한 주택은 시세 대비 90% 수준 전세로 6년간 거주 후 분양 전환 받을 수 있는 ‘분양전환형 든든전세’로 공급된다.


정부는 과거 사들인 미분양 주택 일부가 아직도 공가로 남아있는 만큼 무리한 매입을 자제한 것으로 해석된다. LH는 건설경기가 침체한 2008년~2010년 민간 미분양 아파트 7000여 가구를 매입한 바 있다. 이중 약 8%인 600여 가구가 10년이 넘은 지금도 ‘빈집’ 상태다. 다만 목표치보다 매입 예상물량이 저조한 만큼 정부는 매도 신청 추가 모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건설 업계에서는 매입 상한가가 낮은 만큼 애초 우량 물건 매도 신청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감정평가액의 83%는 분양가의 60~70% 수준인데, 이 금액으로는 현재도 시장에서 소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방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 차원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한 파격적인 매입 상한가 도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정부의 핵심 카드였던 지방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차질이 빚어지면 건설사들의 경영난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5월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총 2만 7013가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약 25% 늘어난 규모다. 이중 약 83%가 대구·경북·부산 등 지방에 쏠려있다. 건설사는 아파트를 지은 뒤 분양을 통해 자금을 회수한다. 미분양이 쌓이면 쌓일수록 은행 등에서 빌린 원금은 물론 이자도 갚지 못해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된다. 시공능력평가 58위 신동아건설을 시작으로 올해 5월 광주 지역 건설업체인 영무토건까지 최소 11개 건설사가 올해 들어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게 대표적이다. 건설산업지식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업체는 총 326곳으로 2023년 상반기(248곳)보다 30% 증가했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사업성이 낮은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무조건 매입해주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정부가 지방으로 수요가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독]'악성 미분양' 700여가구만 매입…건설경기 회복 지연되나[집슐랭]


'악성 미분양' 달랑 733가구만 매입… 건설경기 회복 늦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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