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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시총 4조 달러를 돌파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 가죽 재킷 대신 중국 전통 의상을 입고 나타났다. 중국 베이징 국제전시센터 순의관에서 열린 제3회 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공급망박람회)에서다. 엔비디아는 올해 처음으로 이 행사에 부스를 차렸다.
황 CEO는 16일 개막식 축사를 통해 “딥시크와 알리바바, 텐센트, 미니맥스, 바이두의 어니봇 같은 인공지능(AI) 모델들은 월드클래스이고, 이곳에서 개발돼 개방적으로 공유됐으며, 세계적인 AI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면서 “중국의 오픈소스 AI는 세계 진보의 촉매로 모든 국가와 산업이 AI 혁명에 동참할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중국에서 수백 건의 프로젝트가 엔비디아의 옴니버스(가상세계에서 로봇을 훈련시키는 엔비디아 플랫폼) 안에서 공장 설계와 최적화를 위해 운영되고 있고 로봇들도 훈련 중이라고 강조했다. 황 CEO는 미국과 중국이 기술 패권을 다투는 상황에도 올 들어 세 번째로 중국을 찾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황 CEO는 이날 취재진에게 그동안 중국 수출이 금지됐던 H20 칩 판매 재개와 관련해 "중국에 더 고급의 칩을 공급할 수 있길 희망한다"며 "지금 H20도 매우 훌륭하지만, 앞으로 몇 년 내로 중국에 판매가 허용되는 어떤 것이든 우리는 모두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통제 속에도 중국 전용 반도체를 만들어 수출했으나 지난 4월 미국 정부 통제로 수출길이 막혔다. 이후 미국 정부를 비판했던 황 CEO는 전날 H20 칩 수출이 재개됐다고 직접 전했다.
황 CEO는 이날 연설 대부분을 영어로 하면서도 서두에 중국의 ‘경제 실세’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및 내빈들에게 인사를 전하는 부분은 중국어를 사용해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연설 말미에도 중국어로 “엔비디아는 계속해서 (중국에서) 운영할 것”이라며 “친구들과 손잡고 AI 시대에 함께 번영과 미래를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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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황 CEO의 의상에도 관심이 쏠렸다. 평소 즐겨 입는 검은 가죽 재킷 대신 청나라 시대 복장을 현대식으로 해석한 중국 전통 의상을 입고 등장해서다. 그의 의상을 두고 중국 현지 매체들은 “중국 문화에 대한 존중이자 중국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반영한 행보”라고 평가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공급망박람회는 20일까지 열린다. 해외 전시 업체가 35%를 차지하며 이 중 절반을 유럽과 미국 기업이 채웠다. 특히 미국 전시 업체 수는 전년 대비 15% 증가해 미중 갈등 속에도 최대 시장인 중국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