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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으로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소환 조사를 받은 지 엿새 만에 구속됐다. 전·현직 대통령 부인 중 피의자로 구속된 사례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늦게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청구된 김 여사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는 발부 사유로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들었다. 김 여사는 그동안 자신과 관련된 여러 혐의들을 전면 부인해 왔다. 그러나 특검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서희건설 측이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취지의 자수서와 함께 진품 목걸이를 증거로 제출하는 등 혐의 소명에 적극 나섰다.
김 여사가 이미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구속된 윤 전 대통령에 이어 구속됨으로써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수감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헌정사의 씻을 수 없는 오점이 아닐 수 없다.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은 무려 16가지나 된다. 여기에는 2009~2012년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전주(錢主)로 가담해 돈을 댔다는 혐의, 2022년 재·보궐선거 및 2024년 국회의원 총선거 등과 관련한 국민의힘 공천 개입 혐의, 삼부토건 주가조작 혐의 등이 포함됐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선 이 회사 권오수 전 회장을 비롯한 9명 전원이 유죄를 확정 받은 상태인데 비해 김 여사 관련 수사는 미흡했다. 그런데도 김 여사는 이번 영장실질심사에서 “결혼(2012년 2월) 전 문제까지 계속 거론돼 속상하다”고 최후 진술을 했다고 한다.
특검은 김 여사 관련 의혹들의 진상을 명백히 밝혀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게 해야 한다. 또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증거와 법리에 기반해 공정하게 수사하고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김 여사는 스스로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주장한 만큼 형사사법체계에 따라 수사 절차에 순순히 응해야 마땅하다. 여야는 진상 규명에 영향을 미칠 언행을 삼가면서 수사의 중립성, 신뢰성을 뒷받침해야 한다. 특히 정부·여당은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권력 주변을 단속하고 제도를 정비해 비리 재발을 예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