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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무더위에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무심코 켜는 선풍기가 오히려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수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선풍기를 사용하면 열사병이나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호주 시드니대 연구진은 최근 성인 20명을 대상으로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선풍기 사용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실험은 온도 39.2도, 습도 49%로 설정된 공간에서 진행됐으며 참가자들은 총 네 차례 노출됐다. 두 차례는 충분히 수분을 섭취한 상태, 나머지 두 차례는 24시간 동안 물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실험에 참여했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심박수, 심부 체온, 발한량, 갈증 정도 등을 측정했다.
그 결과 수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선풍기를 쐬면 땀이 약 60% 더 손실되고, 체온이 빠르게 상승하며 심장에 큰 부담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심장마비와 같은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수분을 충분히 섭취한 상태에서는 선풍기 바람이 오히려 심장 부담과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이끈 코너 그레이엄 박사는 “수분 부족 상태에서는 남은 체내 수분까지 빠르게 증발해 체온이 더 올라가고, 심장과 혈관에 과부하가 걸린다”며 “최악의 경우 열사병이나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나이와 건강 상태에 따른 선풍기 사용 기준도 내놨다. 40세 미만 건강한 성인의 경우 39도 미만, 65세 이상 노인은 38도 이하에서 선풍기를 사용하라고 권장했다. 40세 미만 건강한 성인은 땀 분비량과 혈액순환이 활발하고, 체온을 낮추는 속도가 빠르지만, 노인의 경우 이러한 능력이 떨어져 체온을 식히는 속도가 늦기 때문이다. 특히 옥시부티닌과 같은 항콜린제 계열 약물을 복용하는 노인은 37도 이상에서는 선풍기 사용을 피해야 한다. 해당 약물이 땀 분비를 억제해 수분 부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더운 날씨에 선풍기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충분한 수분 섭취가 전제돼야 하며, 연령과 건강 상태에 맞는 사용 기준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