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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검사입니다. 박성주님 명의의 통장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급격히 증가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28일 직접 피해 예방 영상 5편을 제작해 공개했다.
영상에 등장한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취임식 도중 '검사'를 사칭하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경찰은 영상을 통해 누구나, 언제든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과 함께 '짜여진 각본의 주인공이 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단순히 주의를 당부하고 수법을 재현한 수준이 아닌 보이스피싱의 가장 강력한 범행수단인 악성 앱과 구체적인 수법을 보다 몰입감 있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둬 영상을 제작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1만 4707건, 피해액은 7766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발생 건수는 25.3% 늘고, 피해액은 약 2배(98.7%) 증가했다.
특히 금융감독원이나 검사 등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은 전체 피해액의 75%(5867억원)를 차지했다. 건당 평균 피해액은 7554만원이었다. 검사·경찰·금감원 등 기관 직원인 척하면서 ‘범죄에 연루됐으니 무혐의를 입증하려면 자산 검수에 협조하라’는 게 가장 전형적인 수법이다. 카드배송원, 등기 우편을 수령하라고 안내하는 법원 공무원, 신분증 도용을 안내하는 구청 공무원 등으로 가장하는 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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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해 휴대전화 정보나 통화 수·발신 정보를 탈취하고 실제와 유사한 기관을 사칭하는 사이트로 유도한다. 탈취한 개인정보를 토대로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적힌 허위 수사 서류를 제시하기도 한다. 피해자가 실제 범죄에 연루된 것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피해자가 완전한 심리적 지배를 당했다고 판단하기 전까지는 일부러 돈을 요구하지 않기도 한다.심지어는 범죄 기사와 영화 등을 보게 한 뒤 ‘본인으로 인해 발생한 범죄에 대해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 ‘본인이 처벌된다면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한 내용의 반성문까지 작성하게 한다. 주기적인 ‘정시보고’를 강요하며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해 심리적 지배를 강화한다.
숙박업소에 홀로 고립시키는 이른바 ‘셀프감금’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경찰은 예방 홍보 포스터 5만 부를 제작, 전국 경찰관서에서 숙박업소를 직접 방문해 수법 안내와 포스터 배포 등의 홍보 활동을 집중 전개하고 있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보이스피싱은 더 이상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층부터 중장년층까지 전 세대를 위협하는 사회적 재난과 같은 범죄"라며 "범죄조직에서 보낸 악성 앱 문자나 지인을 사칭한 메시지를 통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휴대전화에 악성 앱이 설치돼 피해에 노출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