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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6개월 넘게 의료현장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다음주 대거 복귀한다. 윤석열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이 사실상 막을 내리는 것이다. 이번에 약 8000여명이 복귀할 것으로 예상돼 각 병원의 전공의 수는 의정갈등 이전의 80%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가 부족해 급감했던 외래진료나 수술이 정상화되고, 입원 환자에 대한 케어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돼 환자들의 불편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1년 반 동안 전공의 공백을 메워왔던 진료지원(PA) 간호사·당직 전문의 등과의 업무 조정, 의대 교수들과 관계 개선, 실질적인 수련환경 개선 등 과제들이 아직 남아있다.
28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211개 수련병원은 29일까지 하반기 전공의 채용 인원을 확정해 보건복지부에 보고하고, 채용된 전공의들은 다음 달 1일부터 수련병원으로 출근해 수련을 시작한다.
이형훈 복지부 2차관은 이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지역, 진료과별로 편차가 있지만 많은 병원에서 절반 이상의 전공의들이 복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고 전했다. ‘빅5’ 대형병원 등 수도권 주요 수련병원의 사직 전공의 복귀율은 기복귀자를 포함해 이전의 70~80%대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수련병원들의 모집 인원과 이미 복귀한 전공의들을 감안하면 의정갈등 이전에 수련 중이던 전공의(1만 3531명)의 약 80%가 병원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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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일부터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오면 수술, 입원 등 진료량도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야간 당직근무 등으로 피로에 시달리던 교수들의 근무조건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달라진 1년 반 동안 달라진 병원 내 수련환경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우선 의대 교수와 전공의는 물론 PA 간호사, 전문의 등 그간 의료공백을 메워 온 이들이 같은 의료현장에 모이는 만큼 업무 조정이 첫 과제다. 조혁래 전국의대교수협의회 언론홍보위원장(고신대 의대 교수)은 “전공의들이 돌아온 뒤 어떤 모습이 될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1~2주는 지나야 상황이 파악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PA 간호사와 전공의들의 업무분장을 어떻게 구분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다. 두 직역의 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적지 않은 건 의료계 안팎에서 인정하는 사실이다. 정재훈 고려의대 교수는 “PA 간호사의 역할 중 수련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들이 있다”며 “PA 간호사에 의존하면 전공의 입장에서는 수련의 질이 떨어지고 배워야 할 것을 배우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간호법 제정으로 PA 간호사가 합법화됐지만 이들의 업무범위를 규정한 ‘진료지원 업무규칙’은 아직까지 입법예고조차 되지 못한 상태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으로 기존과 달리 주당 수련시간과 연속근무시간이 단축될 경우 PA간호사, 전문의들이 계속해서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공의 근무시간이 감소하는 만큼 현장에서 더 필요한 인원을 이들이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김창수 연세의대 교수는 “진료과별로 ‘환자에게 적절한 진료를 누가 제공하느냐’에 따라 적절히 조절되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한편 전공의들이 복귀한 후 전문의 시험에 응시하는 과정의 공백을 줄이기 위해 수련기간 단축을 주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매년 초 전문의 시험이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모집을 통해 복귀한 전공의는 전문의 시험 응시를 위해 6개월의 공백기간을 지나야 한다. 이를 막기 위해 단축수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부 전공의를 중심으로 꾸준히 나온다. 하지만 이 경우 기복귀 전공의들과 형평성 문제는 물론 계속해서 ‘특혜’를 주고 있다는 차가운 시선만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