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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의 패션 브랜드들의 둥지로 자리잡고 있다. ‘하고하우스’와 같은 국내 브랜드에서부터 ‘온러닝’과 ‘알로요가’ 글로벌 브랜드까지 앞다퉈 한남점을 오픈하며, 한남동을 새로운 거점으로 선택하고 있다. 전통적인 부촌이라는 고급스러운 지역 이미지에 외국인 방문객 등까지 더해지며 한남동 상권의 흡인력이 커지는 모양새다.
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하고하우스는 이달 중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플래그십 스토어 ‘하고하우스 한남점’을 오픈한다.
이는 지난해 문을 연 하고하우스 성수점에 이은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다. 하고하우스는 ‘마뗑킴’과 ‘드파운드’ 등과 같은 국내 패션 브랜드의 인큐베이터로, 지난해 연결 기준 3500억 원 상당의 매출액을 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스타필드 등에 입점돼 투자 브랜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패션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숍 형태의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한남동은 최근 패션 브랜드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비건 패션 브랜드인 '마르헨제이'도 이달 중 한남동에 ‘마르헨제이 한남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마르헨제이는 성수와 명동, 삼청동에서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데, 한남동을 네 번째 거점으로 삼았다. 이 밖에 스포츠웨어인 ‘썬러브’도 이달 한남에 매장을 연다. 캐주얼 브랜드 ‘에데닉’과 ‘낫포너드’ 등은 이미 올해 한남에 매장을 열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도 한남동을 거점으로 삼고 있다. 스위스의 스포츠 브랜드 온러닝은 다음달 중 한남동에서 매장을 오픈한다. ‘요가복계의 샤넬'이란 별칭을 가지고 있는 알로요가는 올해 처음으로 한국에 매장을 열었는데, 도산에 이어 한남동을 2호점의 위치로 선택했다. ‘락피쉬웨더웨어’도 2022년 처음 오픈한 최근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를 최근 리뉴얼하는 등 한남 매장에 힘을 주고 있다.
패션 브랜드들이 한남동을 선호하는 것은 특유의 고급스러운 이미지 때문으로 풀이된다. 성수동이 수시로 달라지는 팝업 스토어 등으로 다소 번잡스러운 반면, 한남동은 전통적으로 부촌 이미지가 강한데다 미술관이나 뮤지컬 전용 공연장 등 문화·예술 공간이 자리하고 있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한층 더한다는 평가다. 특히 강남 등과 비교할 때 상권의 면적 자체가 제한적이어서 희소성이 있으며, 전체 방문객 중 외국인의 비중이 높은 것도 이들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남 상권의 공실률도 이 같은 인기를 보여준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한남·이태원 상권의 올 2분기 기준 공실률은 11.2%로 전년 동기(11.5%) 대비 0.3%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가로수길의 공실률이 4.5%포인트, 성수가 1.1%포인트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실제로 올 2분기 7대 상권(명동, 강남, 홍대, 가로수길, 청담, 성수, 한남·이태원)의 평균 공실률은 15.2%로, 한남의 공실률은 크게 웃돌았다. 남신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임차 자문 이사는 “한남은 MZ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의 비율도 높아 국내외 브랜드 모두 지속적으로 입점을 희망하는 지역”이라며 “성수에 비해 고급스러운 이미지여서 객단가도 높아 이태원을 제외하면 한남동 라인은 사실상 공실률이 제로인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