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실적은 개선, R&D는 뒷전…"의료기기 업종 특성 아는 경영인 필요"

[사모펀드 인수의 명암]
비올, 사모펀드 인수 후 상폐 추진
공모 의존 없이도 자금 조달 가능
디오, 부실자산 정리·영업익 흑자
이해 부족 땐 연구비 등 투자 축소
美 파산 8건중 7건 사모펀드 관여

  • 이정민 기자
  • 2025-09-02 17:41:31
  • 기획·연재
실적은 개선, R&D는 뒷전…'의료기기 업종 특성 아는 경영인 필요'

최근 미용 의료기기·임플란트 등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고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PEF가 의료기기 기업을 인수하면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경영 효율화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수익성 확보에 치중한 나머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연구개발(R&D) 투자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기기 업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경영인을 선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미용의료기기 기업 비올은 최근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VIG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주식 공개매수를 통한 자진 상장폐지를 진행 중이다. VIG파트너스는 인수를 위해 5000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템임플란트도 2023년 UCK컨소시엄(UCK파트너스·MBK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상장폐지했다. PEF가 의료기기 기업을 인수한 후 상장폐지 하는 이유는 수익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에 공모시장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금조달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비상장사로 전환하면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기업 구조를 재정비해 재매각하기도 용이하다.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의 위상이 높아지다보니 사모펀드들이 미용 의료기기 산업의 성장성에 베팅하고 있다"며 "비올의 수출 비중이 90%가 넘는 점을 고려하면 글로벌 진출 확장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모펀드가 의료기기 기업 인수 후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2월 사모펀드 에이치PE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임플란트 기업 디오(039840)가 대표적. 전문경영인 체제로 정비하면서 지난해 2분기 빅배스(대규모 손실 인식)를 통해 부실 자산을 정리하고 대규모 채무를 상환하는 등 재무적 리스크를 제거했다. 그 결과 지난해 40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지만 올해부터 성장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 400억 원, 영업이익 3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58% 늘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413억 원에서 올 상반기 -88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PEF는 경영권을 확보한 뒤 가치를 높여 되팔아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역량 있는 경영진을 영입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인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군살을 줄이는 경영 효율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에서는 PEF가 의료기기 사업 본업에 집중하지 않아 경영 위기로 이어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 요양시설 운영업체 '제네시스 헬스케어'는 파산을 신청했다. 현지 시장에서는 가장 큰 원인으로 최대주주인 PEF의 경영전략을 꼽고 있다. 환자 케어와 관련된 투자는 줄이고 레버리지 바이아웃(LBO), 부동산 매각 후 재임대, 고위험 차입 구조 등을 통해 과도한 수익만 추구해 파산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파산한 미국 의료기기 업체 8곳 중 7곳이 사모펀드가 경영에 관여한 기업이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러한 위험 신호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주의가 필요하다. 디오의 올 상반기 연구개발 비용은 19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8억 원보다 32% 줄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6.2%에서 올해 5.3%로 감소했다.


박창윤 지엘리서치 대표는 "인수기업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신사업 추진 등을 비용으로만 인식해 핵심 사업부를 매각하는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를 줄이면 재무지표는 좋아지겠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며 “특히 핵심 인력이 팀 단위로 빠져나갈 경우 경쟁력 자체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료기기 업계를 잘 모르는 사람이 경영권을 쥐면 숫자만 보고 경영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업계에 정통한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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