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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정이용' 조건 뉴스 등 수집 허용…EU는 6년전 'TDM' 면책조항 명문화

[잘못된 법 산업 어떻게 망쳤나 <9> 데이터산업
AI 저작권 규제 완화하는 선진국
日도 정보분석 목적 저작물 이용 전면 허용
韓은 저작권자 단체 반발에 법 개정 무산

美 '공정이용' 조건 뉴스 등 수집 허용…EU는 6년전 'TDM' 면책조항 명문화

올 6월 미국 연방법원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업 앤스로픽이 뉴스 콘텐츠를 학습 데이터로 활용한 것을 두고 제기된 소송에서 앤스로픽의 손을 들어줬다. 뉴스사는 ‘뉴스 콘텐츠를 AI로 학습하는 것 자체가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모델 학습 과정에서의 일시적 복제는 불법 저작권 침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교육·연구·비평·보도·패러디 등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쓸 수 있는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콘텐츠의 AI 학습 자체를 전면 금지한다는 그간의 해석에 법원이 명확하게 선을 그은 대표적 판결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 조항을 근거로 연구개발(R&D) 목적의 데이터 마이닝이 폭넓게 허용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오픈AI·앤스로픽·구글 등 AI 기업들은 법적 불확실성은 남아 있지만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웹 콘텐츠와 출판물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한다.


미국뿐만 아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19년 ‘디지털 단일시장 저작권 지침(CDSM Directive)’ 개정을 통해 텍스트·데이터마이닝(TDM) 면책 조항을 명문화했다. 연구기관은 물론 상업 기업도 합법적으로 저작물을 분석·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다만 상업적 이용의 경우 저작권자가 ‘옵트아웃(Opt-out)’ 의사를 명시해 제외를 요청하면 해당 저작물을 학습에서 제외하도록 한다. 이 규정으로 유럽 내 AI 기업들은 다양한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함과 동시에 저작권 침해에 있어서도 최소한의 법적 안전망을 갖추게 됐다. 일본은 2018년 저작권법을 개정해 ‘정보 분석 목적’의 저작물 이용은 전면 허용하는 조항을 도입했다. 상업적·비상업적 목적을 불문하고 저작물의 성질이나 이용 방법에 관계없이 분석과 학습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로써 일본 내 AI 기업들은 별도의 허락이나 사용료 없이 다양한 데이터셋을 자유롭게 확보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1년 국회는 저작권법 전부 개정안을 발의하며 ‘TDM 예외 조항’을 포함시켰다. AI 학습과 같은 데이터 분석 목적이라면 상업적·비상업적 여부와 관계없이 저작물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저작권자 단체와 문화예술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무단 활용으로 인한 창작물 가치 훼손 우려, 권리자 보상 구조 부재, 데이터 사용 투명성 부족 등이 주요 쟁점이었고 결국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법안 무산 이후에도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TDM 면책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했다. 2024년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인공지능 법제정비단과 문화체육관광부·한국저작권위원회는 각각 별도의 세미나와 연구 보고서를 통해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과기정통부는 “AI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상업적 활용을 포함한 폭넓은 데이터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문체부는 “창작자 권리를 해치지 않는 제한적 허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비상업 목적 우선 허용 후 단계적 확대’ 또는 ‘상업 포함 전면 허용하되 옵트아웃 제도 병행’ 등의 절충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권리자 단체와 산업계 간 이해관계 차이가 뚜렷해 여전히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국내에서 데이터 판매 사업을 진행 중인 김세엽 셀렉트스타 대표는 “우리나라가 AI 3강을 목표로 하고 있고 국가대표 AI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지만 데이터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으면 이러한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며 “대규모언어모델(LLM)의 구조는 다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그것을 학습시킬 수 있는 데이터가 얼마나 좋은 데이터인지가 앞으로 한국의 AI 산업을 키울 수 있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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