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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과 고물가 장기화로 실질소득이 몇 년째 제자리걸음에 그치면서 자동차 업계에서 ‘후불형 서비스’가 떠오르고 있다. 현재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초기 부담을 낮추겠다는 목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터카가 올 2월 출시한 ‘마이카 인수형’ 상품은 지난 7월 누적 기준 전체 장기렌터카 계약 중 23.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시 4개월 만에 네 명 중 한 명가량의 고객이 해당 상품을 선택한 만큼 업계에서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마이카 인수형 상품은 장기렌터카를 4년간의 대여가 끝난 후 차량 인수를 약속하는 대신 초기 월 대여료를 낮추는 대표적인 ‘초기 부담 절감형’ 서비스다. 기존 장기렌터카 서비스 대비 월 대여료를 약 25% 낮출 수 있어 차량 인수 전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계약기간이 종료됐을 때 동일 차량을 연장하거나 반납하는 선택지도 있지만 일종의 위약금이 붙게 된다.
할부로 차량을 구매하는 방식과 비교해도 합리적인 선택지다. 할부 구매는 차량 취득세와 탁송료 등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하지만 마이카 인수형 상품은 선수금을 제외한 초기 비용이 없다. 전체 비용으로 비교하면 할부보다 약 8% 낮은 비용에 차량 소유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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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카 인수형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는 배경에는 국내 소비자들의 실질소득이 제자리걸음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가구당 월평균소득은 506만 50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1%증가했지만 물가상승을 반영한 실질소득은 1년 전과 같은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실질 소비지출도 1.2% 감소했는데,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 창궐했던 2020년 4분기(-2.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고차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가계 지출을 줄이기 위한 서비스를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마이카 인수형 서비스를 통해 선택한 차량들도 모두 실속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인기 차종 1위는 르노코리아 QM6(16.3%)였으며, 그 뒤로 KG모빌리티 티볼리(15.8%), 그랑 콜레오스(13.2%)가 뒤를 이었다. 아울러 마이카 인수형으로 계약된 5대 중 약 3대(62.7%)는 SUV였다. 롯데렌터카 관계자는 “패밀리카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고객의 니즈와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SK렌터카도 고객이 직접 월 렌탈료를 조정할 수 있는 ‘SK렌터카 타고플랜’ 상품을 출시했다. 납부 방식은 초기 부담을 줄이는 ‘체증형’과 후반 부담을 낮추는‘체감형’ 두 가지다.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체증형의 경우 초기 지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롯데렌터카의 마이카 인수형 상품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현대차도 수소전기차 ‘디 올 뉴 넥쏘’의 구매 부담을 줄이는 ‘넥쏘 이지 스타트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넥쏘 차량을 구매한 뒤 중고차(신차의 50% 가격)로 판매할 것을 약속하고, 중고차 판매가만큼의 할부금을 유예할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차량의 구매 초기 비용과 월 납입금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