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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회복을 위해 금호그룹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던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로 감형을 받았다. 1심에서 대부분 유죄로 인정됐던 횡령·배임 혐의가 무죄로 판단된 결과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김종호)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금호그룹 전략경영실 임원 3명도 징역 1년~1년6개월에 집행유예 2~3년을 선고받거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금호건설(002990)은 원심과 동일하게 벌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 박삼구의 금호그룹에 대한 지배권 회복 및 유지·강화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를 규제해 대기업집단의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공정거래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전 회장은 이 사건 범행을 주도한 인물이자 해당 범행으로 인한 이익이 직접적이고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사람”이라며 “다만 한국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서도 피고인의 그룹 지배권 회복 자체에는 동의한 점, 과거 범죄전력이 벌금형 외에는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룹 전략경영실 임원들에 대해서는 “범행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나, 사적인 이익을 위한 행위가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회장은 경영권 회복을 위해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금호고속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또 아시아나항공(020560) 기내식 독점사업권을 1333억 원에 스위스 게이트그룹에 헐값에 넘기고, 대가로 1600억 원 규모의 금호고속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게 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022년 8월 금호산업 지분 인수를 위해 계열사 자금 3300억 원을 횡령한 혐의와 금호터미널 주식 100%를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에 2700억 원에 저가 매각한 혐의 등 대부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박 전 회장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에서 유죄로 본 횡령과 배임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하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금호산업 주식 인수 관련 횡령에 대해 “피해 회사들의 자금이 피고인 박삼구가 지배하는 금호기업의 금호산업 주식 인수 자금으로 사용되긴 했으나, 자금 제공은 유효한 자산유동화 거래 구조에 따라 이뤄졌고 변제기와 이자 등 거래 조건도 통상적인 경우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 회사들이 제공한 자금에 대해서도 충분한 규모의 담보가 제공됐으며, 자금 제공 과정에 NH투자증권이 개입해 변제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고 실제로 원리금 변제가 모두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금호터미널 주식 저가 매각 관련 배임혐의에 대해서도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 볼 때 금호터미널 주식 매각 가격의 결정 과정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매각가격은 평가방법에 따라 2500억~5900억 원까지 차이가 있어 2700억 원의 매각가격이 현저히 저가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권 양도 관련 배임혐의에 대해서는 “기내식 공급계약과 연계해 게이트그룹의 금호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이뤄지긴 했으나, 최소 순이익 보장 등 불리한 계약 조건을 설정해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