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 시간) 덴마크 올보르공항 상공에 정체불명의 드론이 출현해 상공이 폐쇄되고 공항 운영이 일시 중단된 가운데 시민들이 공항 앞을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최근 유럽 주요국이 러시아 측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영공을 또 침범할 경우 전투기 격추도 불사하겠다”는 경고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측은 자국 항공기의 영공 침범을 부인하면서 의도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하면서도 “나토와 유럽연합(EU)은 사실상 우리나라(러시아)에 실질적인 전쟁을 선포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2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주모스크바 영국·프랑스·독일대사들이 러시아 외교 당국과 비공개로 만나 이달 19일 러시아 미그-31 전투기 3대의 에스토니아 영공 침범 사건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자국 항공기가 에스토니아 영공을 침범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이달 10일 자국 드론이 폴란드 상공에 진입한 것을 두고도 “착오”라고 해명했으나 유럽은 ‘러시아 지휘부가 지시한 의도적인 전술’로 결론지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 외교관은 유럽 측에 “이번 침입이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들은 “러시아 정부가 크림반도 공격 같은 우크라이나 작전이 나토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이미 유럽 국가들이 포함된 전선이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덴마크에서 정체불명의 드론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올보르·코펜하겐공항과 공군기지 상공에 정체불명의 드론이 나타나 공항 운영이 중단된 것이다. 이번 사태로 나토 조약 제4조 발동 논의까지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제4조는 회원국이 위협을 인식할 경우 동맹 간 협의를 요청할 수 있는 조항으로, 창설 이후 지금까지 9차례 발동됐다. 다만 회원국들은 대응 수위를 놓고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네덜란드·폴란드는 “필요하면 격추”라는 강경론을, 이탈리아는 “러시아의 도발에 말려들 수 있다”는 신중론을 제기한다. 러시아도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프랑스 주재 러시아 대사인 알렉세이 메시코프는 “만약 나토가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한다면 이는 전쟁”이라고 경고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미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간 중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나토와 EU가 사실상 러시아에 전쟁을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민간 인프라에 대한 공격의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러시아군의 나토 영공 침범은 공동방위를 위한 나토의 결의에 대한 전례 없는 시험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유럽 10개국은 26일 긴급회의를 갖고 EU 차원의 ‘드론 장벽(방어망) 구축’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