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밀어붙인 자동차 관세정책이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미국 자동차 업체들까지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부과에다 전기차(EV) 보조금 폐지로 가격이 오르자 소비자들이 차량 구입 자체를 주저하면서 시장이 악순환의 고리로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부품 등에 대한 관세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공급망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내 최대 중고차 판매 업체인 카맥스는 올 2분기 약 66억 달러의 매출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감소했다고 밝혔다. 주당순이익(EPS)도 시장 예상치(1.05달러)보다 적은 99센트에 불과했다. 카맥스의 주가는 20.07%나 폭락했고 장중 한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다. WSJ는 카맥스가 관세정책, 보조금 폐지에 따른 전기차 감축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분석했다. 빌 내시 카맥스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들이 괴로워하고 불안해하고 있다”며 “신용도가 좋은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드 역시 재고로 쌓인 F-150 픽업트럭을 처분하기 위해 이번 주부터 신용도가 매우 낮은 구매자들에게 저리 혜택을 제공하고 나섰다. 주요 전기차 브랜드들은 세액공제가 만료되는 이달 말까지 대대적인 할인행사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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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판매 둔화 조짐은 관련 금융 상품을 취급하는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신용자 대상 자동차 대출·판매 기업인 트라이컬러는 이달 초 돌연 파산을 신청했다. 텍사스주 댈러스에 본사를 두고 65개 대리점을 운영하던 트라이컬러는 신용 이력이나 사회보장번호(SSN)가 없는 고객에게 자동차 금융을 제공하던 곳이었다. 오일필터와 와이퍼 등을 제조하는 자동차 부품 대기업 퍼스트브랜즈도 60억 달러 이상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보호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WSJ는 전기차 할인 판매에 기대 근근이 버텼던 미국 자동차 시장이 다음 달부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JD파워는 “이달 미국 시장에서는 전기차 판매량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급증하고 휘발유·하이브리드자동차 판매량은 2.5%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관세정책으로 각종 상품 가격이 들썩일 조짐을 보이자 월가의 금리 인하 기대도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특히 이날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3.8%·전기 대비 연율)가 속보치(3.0%), 잠정치(3.3%), 시장 예상치(3.3%)를 모두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오자 연내 금리 인하 폭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금융시장에 빠르게 확산했다. 미국 소비 현황을 나타내는 지표인 실질 개인소비도 8월 0.4% 증가해 전망치(0.2%)를 웃도는 등 미국의 경제 사정이 크게 악화하지 않았음을 나타낸 점도 금리 인하 기대감을 낮췄다. 다만 26일 발표된 8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7%로 전망치에 부합하면서 관세발 물가 영향이 제한적이었음을 의미해 GDP, 소비 지표와는 다른 움직임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