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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3500선을 돌파할 것 같았던 코스피 지수가 지난 금요일 두 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한미 관세 협상 불확실성과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한 탓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상승 추세가 꺾였으니 이제 주식을 팔아야 할 때가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번주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증시 조정 배경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전문가들의 증시 전망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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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85.06포인트(2.45%) 내린 3386.05에 장을 마쳤습니다. 정부 세제개편안에 대한 실망으로 증시가 폭락했던 8월 1일(-3.88%) 이후 두 달 만에 가장 크게 떨어졌습니다. 지수는 장중 한때 105.38(3.04%)포인트까지 내리기도 했습니다. 코스피지수는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3400선을 돌파한 지 9거래일 만에 3300대로 내려왔습니다.
시장 불안의 조짐은 25일(현지 시간)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발표부터 시작됐습니다. 미국의 2분기 GDP 증가율 확정치가 3.8%(전기 대비 연율)로 잠정치(3.3%)보다 0.5%포인트나 높게 나오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전 세계 증시가 출렁였습니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주식이 상당히 고평가됐다”고 발언한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공지능(AI) 버블 논란마저 제기되는 등 시장 분위기도 점차 위축되는 모습입니다.
한국 시장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 투자 3500억 달러에 대해 “선불”이라고 발언하면서 외화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입니다. 3500억 달러는 8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4163억 달러)의 무려 84.1%에 해당합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한국 측에 대미 투자 금액을 7월 구두 합의에 따른 3500억 달러에서 더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등 우려했던 관세 불확실성이 시장 충격으로 발현됐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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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 부담이 컸던 만큼 관세 협상 불확실성으로 인한 환율 불안이 차익 실현 명분이 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26일 원·달러 환율은 직전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11.8원 오른 1412.4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주간 종가가 1410원 넘은 것은 5월 14일(1420.2원)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원화 가치 급락에 이달 들어 한국 주식을 집중 순매수하던 외국인들도 등을 돌렸습니다. 외국인은 26일 코스피에서 현물(-6607억 원)과 선물(-3284억 원) 동반 순매도에 나섰습니다. 기관 또한 4888억 원을 순매도했고 개인만 1조 974억 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이달 들어 주가가 급등했던 삼성전자(005930)(-3.25%), SK하이닉스(000660)(-5.61%) 등 반도체주 낙폭이 크게 나타났고, HJ중공업(097230)(-8.57%), 삼성중공업(010140)(-5.01%), 한화오션(042660)(-2.37%), 현대로템(064350)(-2.75%), 두산에너빌리티(034020)(-1.41%) 등 조선·방산·원전 종목들도 일제히 미끄러졌습니다. 미국 의약품 관세 100% 부과 소식에 삼천당제약(000250)(-4.42%) 등 바이오주 또한 약세를 보였고 카카오(035720)톡 개편 실망감에 카카오 주가가 6.17% 하락하는 등 개별 종목 이슈도 반영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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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금이 국내 증시에서 떠나야 할 때일까요? 전문가들 의견은 조금 다릅니다. 한지영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이번 조정은 9월 폭등 랠리 과정에서 누적된 피로감을 덜어내는 성격”이라며 “다음 주까지 차익 실현과 연휴 전 수급 공백으로 변동성이 이어지겠지만, 주식 매도 후 과도한 현금 비중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조정이 추세적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얘깁니다. 아직 관세 협상이 진행형이고 미국의 견조한 경기지표가 본질적인 악재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정환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현재의 코스피 조정은 한미 간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선반영된 결과로 판단되며, 만일 협상이 결렬되고 미국이 고관세 정책을 강행할 경우 주가 약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면서도 “10월 APEC 회의 개최,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 등을 고려할 때 극단적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은 낮다”고 짚었습니다.
나 연구원은 “추석 연휴 이후 협상 진전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완화가 기대되며, 구조적으로는 연준의 완화적 정책 전환, 반도체 업종의 실적 회복, 글로벌 AI 투자 확대가 시장의 하방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가 조정 시 AI 소프트웨어, 로봇, 반도체 등 구조적 수혜 업종 중심의 매수 대응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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