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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슬래그(부산물)로 이뤄진 대규모 매립물이 경상남도 하동군 개발 부지에 5년째 불법으로 방치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당 부산물은 포스코홀딩스의 제련 자회사인 SNNC가 판매한 페로니켈 슬래그로 알려졌지만, 연관된 어떤 업체도 방치된 불법 매립물을 처리하지 않아 책임 소재에 대한 공방이 커지는 모습이다.
29일 업계와 하동군청 등에 따르면 하동군 금남면 부지 일대에 페로니켈 슬래그 40만 톤이 2020년 불법 매립된 후 방치돼 있다. 슬래그가 무단 매립된 사실을 파악한 하동군은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지만 이후 시정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역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계발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면서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에 토지 인허가 등 단계를 밟으려면 먼저 불법 매립물을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립된 페로니켈 슬래그는 전라남도 광양에 위치한 SNNC 공장의 작업 과정에서 생산됐지만 다수 업체를 거쳐 해당 부지에 불법 매립됐다. 포스코측은 페로니켈 슬래그를 직접 매립하지 않았으며, 슬래그를 가공한 제품으로 판매만 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해당 슬래그는 정상 제품으로 활용되지 않았고, 현재 사유지에 5년째 불법으로 방치된 상태다. 매립에 관여한 영세업체의 경우 하동군의 시정 명령을 이행할 능력이 없어 처벌을 받았지만, 매립물은 그대로 방치돼 지역 관계자들의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SNNC 측은 “판매한 제품을 구매업체가 어떻게 활용했는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며 “책임 소재는 불법 행위 당사자에게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폐기물 관리 책임이 강화되는 가운데 불법 매립된 페로니켈 슬래그를 생산한 주체인 SNNC가 처리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페로니켈 슬래그는 광물에서 니켈을 분리한 후 남는 부산물이다. SNNC의 작업 과정에서 매년 약 200만 톤의 펠로니켈 슬래그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SNNC는 페로니켈 슬래그의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는 등 지원화에 나섰지만 그 전까지는 상당량을 자체 매립해왔다.
환경부는 최근 기업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등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1월 폐기물 매립 시설 관리 체계 선진화 방안을 통해 매립장 설치 규모 및 매립업 허가 요건을 상향 조정했으며, 사후 관리 및 안전 감시 의무 역시 명확히 하는 작업에 나섰다. 슬래그를 비롯한 산업 부산물의 관리망 강화와 과학적 검증, 안전성 평가 역시 올해 주요 정책계획에 포함됐다. 기업들은 이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차원에서 공장 자원 순환 작업을 진행해 국제 표준 인증을 획득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