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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빚투(빚내서 투자)’와 투자자 예탁금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석 연휴 이후 증시가 업종·종목별 차별화 흐름이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23조 3458억 원으로 연초 15조 6000억 원대에서 반년 만에 50% 넘게 급증했다. 신용거래 융자는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거래로, 빚투 규모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다. 주가 상승 기대감이 커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현행 50억 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힌 지난달 11일 이후 신용 융자 잔액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왔다.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달 10일 70조 원을 넘어선 뒤 29일에는 76조 8084억 원으로 올해 최고치를 새로 썼다. 예탁금은 증시 진입을 앞둔 자금을 의미하며 투자심리의 바로미터로 활용된다.
코스피가 뜨겁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긴 연휴 이후 업종·종목별 차별화 장세가 본격화하면 해당 자금들이 실적 모멘텀이 있는 업종에 쏠릴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원화 약세 속에서 반도체와 정보기술(IT) 업종이 이익 상향을 주도하며 증시 전반의 기대감을 키우는 가운데 이달 14일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가 모멘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 달 만에 두 배 이상 오른 소재·부품·장비주보다는 하방이 견고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외에도 금융, 방위산업, 전력 기기 등을 구조적 성장 모멘텀을 가진 업종으로 주목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비(非)반도체 업종의 이익 흐름이 엇갈리고 있으며 이익 비중이 큰 IT 업종이 전체 전망을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이달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중국 인바운드 수요를 자극할 경우 호텔·레저 업종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10년(2015~2024년) 동안 추석 이후 한 달간 코스피는 평균 0.07% 상승에 그쳐 계절적 효과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연휴가 오히려 상승 촉매가 된 적도 있다. 2017년 최장 추석 연휴 당시 글로벌 증시는 안정적으로 상승했고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코스피는 그해 10월 말 사상 처음으로 2500선을 돌파했다. 금리 인상 시기였던 2017년과 달리 올해는 금리 인하 사이클에 있어 더 유리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