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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비만치료제가 등장하면서 글로벌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의 비만약이 중국 내 입지를 위협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이노벤트)는 저렴한 가격과 현지 맞춤형 마케팅을 무기로 글로벌 기업이 장악한 시장 공략에 나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제약바이오기업 이노벤트는 최근 글루카곤(GCG)·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비만 치료제 ‘신얼메이(Xinermei)’를 중국에 출시헀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와 같이 식욕을 억제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GLP-1 외에 지방 연소를 촉진하는 GCG까지 이중 작용 기전을 지닌 치료제다. 위고비·마운자로와 같은 주 1회 주사제다.
중국 내 비만치료제 출시는 위고비·마운자로에 이어 세 번째다. 레이첼 유 이노벤트 최고 재무 책임자는 “중국 사회의 체중 관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간 지방 감소 등 약물의 효능을 적극적으로 알려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노벤트의 신얼메이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선점한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신얼메이의 중국 가격은 4개 펜에 411달러(약 57만원)이다. 동일용량 위고비의 400달러(약 56만원)와 비슷하고 마운자로 900달러(약 126만원)보다 훨씬 저렴하다.
신얼메이는 출시 이후 중국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 정보데이터 회사 모닝스타는 신얼메이가 올해 6억 위안(약 12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2029년엔 35억 위안(약 7000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단스케 은행의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외국 기업보다 중국 소비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브랜드 마케팅이 뛰어나다"며 "중국 내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얼메이는 현재 중국 국민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노벤트는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JD.COM 등 온라인 플랫폼, 소매 약국, 병원 및 진료소와 파트너십을 맺어 판매 채널을 공격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신얼메이 출시로 중국 내 비만치료제 경쟁이 더욱 심화될 예정이다. 현재 신얼메이 외에도 중국에서 CSPC 파마슈티컬 그룹과 항저우 지우위안(Hangzhou Jiuyuan) 바이오파마슈티칼 등이 자체적으로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특히 2026년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에 대한 노보 노디스크의 특허가 만료되면 제네릭(복제약)이 출시돼 중국 비만치료제 시장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세마글루타이드에 대한 노보의 특허가 내년에 만료돼 중국 회사도 자체적으로 약물을 개발하는 중"이라며 “중국에서 비만치료제는 더 치열한 경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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