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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밥상 인플레…눈앞에 다가온 기후 재앙

■나는 미쳐가고 있는 기후과학자입니다(케이트 마블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북스&] 밥상 인플레…눈앞에 다가온 기후 재앙

이상 기후로 인한 ‘기후 인플레이션’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달만 해도 10월임에도 여름 장마 같은 비가 쏟아져 농산물 수확기를 망쳐놨다. 과일을 비롯해 채소, 심지어 정부 비축량이 남아돈다는 쌀마저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사실 이상 기후에 따른 재앙은 막연한 개념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밥상 물가에 닥친 기후 인플레이션은 우리에게 기후 위기를 피부로 느끼게 하고 있다.


신간 ‘나는 미쳐가고 있는 기후학자입니다’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기후학자인 케이트 마블이 처음으로 출간한 책이다. 연구 결과와 통계 자료를 중심으로 풀어낸 대다수의 기후 과학 도서와 달리 감정을 통해 기후 위기를 바라봄으로써 이 문제에 접근하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냉철한 과학의 언어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주는 동시에 가장 인간적인 공감을 통해 우리 모두와 지구를 다시 연결시킨다.
저자는 자신이 과학자임에도 MBTI ‘T(사고)’ 유형이 아닌 ‘F(감정)’ 유형이라고 규정하며 ‘미친 과학자’라고 자처한다. 그렇다면 냉철하고 객관적인 과학자인 그를 미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바로 19세기부터 과학자들이 기후 위기를 경고하며 분투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기후 문제를 완화할 기회를 날려 버린 정치인 그리고 지속적이고 교묘하게 기후 변화 부정론을 유포해온 기업들의 역사다.


1856년 미국의 물리학자 조지프 헨리는 이산화탄소가 대기의 온도를 높인다고 주장했다. 그의 증명 실험은 간단했다. 이산화탄소를 넣은 유리병과 수소나 일반 공기를 넣은 유리병을 볕에 두었을 때 이산화탄소가 담긴 유리병의 온도가 다른 병들에 비해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실험에 기초한 그의 논문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1988년 미국 의회에서는 훗날 노벨 물리학상을 받게 될 기상학자 마나베 슈쿠로가 기온이 더 상승하면 더욱 가혹하고 잦은 가뭄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즈홀 연구소 소장은 상원의원들에게 석탄과 석유를 비롯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줄이는 계획을 당장 세울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두 사람 모두 오랜 연구와 과학적 합의가 존재함을 강조했다. 다음날 뉴욕타임스의 1면 제목은 ‘지구 온난화는 이미 시작됐다’였다. 전환점이 될 수 있었지만 이 기회도 날려 버렸다.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정치인과 엑손모빌 등 화석연료 기업 때문이었다. 그들은 겨울에는 여전히 눈이 많이 내리고 이가 시리도록 춥다는 어처구니없지만 효과적인 레토릭과 지구 온난화의 증거가 확실하지 않다는 ‘과학적’ 데이터로 기후 위기 문제 해결에 훼방을 놓았다.


저자는 이처럼 과학자들의 경고를 무시한 기후 위기가 현 상태까지 이르게 된 것은 정치인을 비롯해 기업, 화석연료를 태우고 숲을 없애고 냉장고와 에어컨을 사용하는 우리의 잘못이라고 짚는다. 저자는 “우리가 죄책감을 느껴야 하지만 죄책감 자체로는 쓸모가 없기 때문에 행동에 나서야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한다.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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