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WTO 빼자" 美 요구에…한 발 양보한 中

■ APEC '경주선언' 채택
미중패권 갈등 '빈손' 위기에도
치열한 토론 끝 성과 문서 발표
아태자유무역지대 추진 등 담아
최초로 'AI 기본사회' 비전 공유

  • 경주=유주희 기자
  • 2025-11-02 17:53:52
  • 통일·외교·안보
'WTO 빼자' 美 요구에…한 발 양보한 中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의장국 인계식에서 내년 APEC 정상회의를 이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의장직을 인계하며 악수하고 있다. 특별취재단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정상선언문인 ‘경주선언’은 다자무역의 기반인 세계무역기구(WTO) 언급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 끝에 도출됐다. 우리나라가 의장국으로서 APEC에 최초로 제시한 의제, 인공지능(AI)·인구구조 변화 대응에서 각각 성과 문서가 채택된 것도 큰 성과다. 미중 간 노골적인 패권 경쟁 속에서 열린 경주 APEC 정상회의인 만큼 ‘빈손’으로 막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지만 이를 극복했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은 1일 APEC 정상회의 폐막 후 경주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열린 의장국 기자회견에서 “치열한 토론과 논의를 바탕으로 세 가지 성과 문서를 채택했다”고 발표했다.


첫 번째 문서는 정상선언문인 ‘경주선언’이다. APEC 회원국의 공동 성장과 번영에 대한 의지 및 방향성을 천명했다. 회원국들은 ‘무역 및 투자를 통한 경제협력 심화’와 ‘전력 인프라 현대화 및 에너지 안보 강화’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추진’ ‘소상공인·중소기업·스타트업들을 위한 성장 환경 조성’ 등에 대한 일치된 의견을 밝혔다.


특히 경주선언문은 문화창조산업을 아태 지역의 성장 동력으로 인정하고 협력 필요성을 명문화했다. 문화창조산업을 명시한 APEC 첫 정상문서다. ‘K컬처’가 아태 지역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실도 “정상회의 당일까지 문안 타결을 위해 밤샘 협상하며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APEC 회원국 간 입장 차이를 중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쟁점 중 하나는 WTO였다. APEC 정상선언문에는 통상 WTO 체제와 다자주의에 대한 지지가 담긴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시기에 발표된 APEC 정상선언문(2021~2024년)에도 ‘WTO가 핵심을 이루는 규칙 기반의 다자무역 체제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보호주의를 내세운 미국은 WTO 언급을 끝까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018년 파푸아뉴기니 APEC 정상회의 때도 미국의 반대로 정상선언문이 불발된 바 있다.


하지만 내년 APEC 의장국인 중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인 미국 입장을 감안해 한발 물러섰고 회원국들은 정상선언문 대신 APEC 외교통상합동각료회의(AMM) 공동선언문에서 WTO를 언급하는 방식으로 절충을 이뤄냈다. APEC 정상회의 직전 열리는 AMM의 공동선언은 APEC 정상선언문과 상호 보완적인 성격이다. ‘WTO 기반의 다자무역 지지’는 ‘WTO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는 표현으로 대체됐고 최근 수년간 AMM 성명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자유롭고 개방된 무역’이라는 문구는 빠졌다.


이 밖에 APEC 역사상 최초로 만들어진 AI 공동 비전, ‘APEC AI 이니셔티브’에는 AI를 통한 경제성장 촉진과 성공적인 AI 전환, 관련 생태계 조성에 대한 의지가 담겼다. 의장국으로서 APEC 최초로 AI 의제를 제시한 우리 정부는 이와 관련해 ‘AI 기본사회’ 등의 비전을 회원국과 공유하고 협력할 방침이다.


역시 우리 정부의 제안으로 APEC에서 최초로 논의·채택된 ‘APEC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는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다양한 문제에 공동 대응할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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