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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효 네파 대표 "등산도 출근도 OK…'테크 커뮤터 룩'으로 3040 대표 브랜드 될 것"[CEO&STORY]

아웃도어 기능성에 디자인 입히고
상품·마케팅 등 全영역서 리브랜딩
판 바꾸는 경영으로 5년내 시장 재편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 되는 게 목표
물류전담 로봇 등 자동화 선제 투자
AI 활용한 수요예측 시스템 고도화로
재고관리 정확도 높이고 수익성 개선

  • 김남명 기자
  • 2025-12-10 17:50:43
이선효 네파 대표 '등산도 출근도 OK…'테크 커뮤터 룩'으로 3040 대표 브랜드 될 것'[CEO&STORY]
이선효 네파 사장이 27일 서울 강남구 수서오피스빌딩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2010년대 중반, 등산 붐을 타고 국내 패션 산업을 주도하던 아웃도어 시장이 ‘거품 붕괴’에 직면했다. 한때 7조 원에 육박하던 시장 규모는 2014년을 정점으로 반토막이 났다. ‘등산복 전성시대’를 이끌던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과도한 기능성과 화려한 색상을 앞세운 아웃도어 의류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네파의 구원투수로 오른 이선효 대표는 ‘판을 바꾸는 경영’을 선택했다. 이 대표는 10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과거의 아웃도어 의류는 산을 정복하기 위한 기능성에 집중했지만 미래의 아웃도어는 자연과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테크 커뮤터(출퇴근 및 일상용으로도 입기 좋은 의류)’가 될 것”이라며 향후 5년 내 시장 구도를 재편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핵심은 브랜드 노후화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리브랜딩과 수익성 방어를 위한 과감한 시스템 투자다.


그가 2016년 네파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가장 시급했던 과제는 ‘올드하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었다. 주력 소비층이던 5060세대가 은퇴하며 구매력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파이를 창출하지 못하면 장기적인 마이너스 성장 경로를 피할 수 없다는 진단이었다.


이에 이 대표는 2021년부터 핵심 고객층을 3040세대로 대폭 낮추는 ‘리브랜딩’을 선언하고 실행에 옮겼다. 젊은 고객을 공략하는 전략은 제품·마케팅·유통 등 전 영역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적기에 리브랜딩을 잘한 것 같고 만약 안했다면 지금 더 힘들었을 것”이라며 “점점 더 장기적으로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선효 네파 대표 '등산도 출근도 OK…'테크 커뮤터 룩'으로 3040 대표 브랜드 될 것'[CEO&STORY]
이선효 네파 사장이 27일 서울 강남구 수서오피스빌딩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아르테’ 다운자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조태형 기자

특히 네파는 ‘디자인 입은 기능성’으로 승부하는 상품기획(MD)에 앞장섰다. 이 대표는 “소비자들은 옷을 고를 때 기능성보다 ‘나에게 어울리는 디자인’을 먼저 본다”며 “아웃도어 고유의 기술력은 기본으로 깔고 일상복으로 손색없는 실루엣과 색감을 입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최초로 선보인 코트형 다운재킷도 이 같은 전략의 결과물이다. 패딩의 보온성은 유지하되 코트처럼 포멀하고 우아한 디자인을 적용해 ‘패딩은 격식 있는 자리에 입을 수 없다’는 통념을 깼다. 제품이 시장에 안착하자 경쟁사들도 유사한 코트형 다운을 잇따라 출시하며 네파의 뒤를 따랐다.


아울러 네파는 ‘테크 커뮤터’ 룩으로 시장의 경계를 확장했다. 네파는 리브랜딩 시작 당시부터 지금까지 ‘조이 오브 네이처’라는 슬로건 아래 산악 활동과 도심 속 일상생활 모두에 적용 가능한 상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출퇴근 및 평상시에도 편안하면서 스타일리시한 디자인 의류를 강화하는 한편 기능성 측면에서 날씨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레이어드 상품이나 경량 패딩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네파의 대표 시리즈인 △아르테 △프리미아 △벤투스 등도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아르테는 네파의 시그니처 아이템이자 브랜드 헤리티지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구스코트 라인이다. 프리미아는 세련된 실루엣과 부드러운 착용감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네파의 스테디셀러이자 시그니처 퀼팅으로 유니크한 라인을 제시한다. 벤투스는 디자인적 실용성과 기능적 퍼포먼스를 모두 담은 유틸리티 하이브리드 다운 시리즈다. 이들 시리즈는 메커니컬 스트레치와 고어텍스 등 고기능성 소재를 적용해 보온성·경량성·활동성·방투습 등 핵심 기능을 한층 강화했다. 실루엣·기장·컬러를 세분화해 출퇴근부터 주말 레저, 비즈니스까지 다양한 라이프신에 어울리는 스타일로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다.


그 결과 올해 FW(가을·겨울) 시즌에는 3040세대 여성 고객을 중심으로 매출 신장세가 두드러지면서 11월 이후 전체 매출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1~10월 매출이 저조했던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올해 FW 시즌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0%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연간으로 봐도 비슷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네파는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물류 투자도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고정비 상승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아웃도어 업계 최초로 자동화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네파는 최근 로봇이 상품의 입출고를 전담하는 물류 시스템을 아웃도어 패션 업계 최초로 완성했다. 단순히 인력을 절감하는 차원을 넘어 비용 구조 자체를 혁신하는 전략적 투자다. 이 대표는 “최저임금 상승은 물론 아웃도어 성수기 야간 작업 등 인력 운영에 따르는 변동비 리스크가 매우 컸다”며 “물건의 이동과 상하차 작업을 로봇이 대체함으로써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재고 관리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물류 자동화 시스템은 업계 최초로 시도된 만큼 초기 투자 비용이 상당하지만 이 대표는 물류 통합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시점부터 물류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지며 기업 수익 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는 “불황일수록 눈앞의 비용 절감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시스템 투자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선점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류 혁신과 더불어 네파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수요 예측 시스템과 고객관계관리(CRM) 고도화 작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과거 패션 업계는 MD의 경험과 감에 의존해 재고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네파는 데이터에 기반한 정확한 수요 예측을 통해 재고 위험을 최소화하고 판매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CRM 시스템의 고도화는 리브랜딩 전략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젊어진 고객층의 소비 패턴을 정확하게 분석해 개인 맞춤형 마케팅을 전개하고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핵심 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네파도 보유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MBK가) 직접적으로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2013년 네파를 인수한 뒤 방만 경영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일각에서는 MBK파트너스가 네파에 자금을 투자하고 배당으로 돈을 다 빼가는 것 아니냐고 추측하는데 MBK파트너스가 가져가는 돈은 하나도 없다”며 “MBK파트너스는 투자금만 대준 것이고 이사회를 같이 구성해 경영 측면에서 네파가 큰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내면 거기에 대해 조언을 하는 정도”라고 강조했다. 네파는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차입금에 대한 이자만 갚고 있을 뿐 배당은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네파는 향후엔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한 준비에도 나선다. 이 대표는 “해외시장 진출은 자금력이 많이 필요하고 국내 시장이 견고하게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라면서도 “시점은 미정이지만 글로벌로 나가게 된다면 현지 파트너사와 함께 중국 시장을 가장 먼저 진출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현재 네파는 중국 e커머스인 티몰·타오바오·징둥닷컴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의류를 판매 중이지만 오프라인 진출은 하지 않은 상태다.


네파는 현재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서 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단순한 순위 경쟁보다는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 ‘고객들에게 오래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고객이 자연과 도심의 일상을 연결하는 네파의 옷을 찾게 만든다면 1등이라는 타이틀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는 믿음이다.

He is…


△1957년 출생 △1983년 연세대 경영학과 △1983년 삼성물산 △1999년 제일모직 △2002년 모다아울렛 경영총괄 △2003년 신세계인터내셔날 상무 △2009년 동일드방레 부사장 △2009년 동일드방레 대표이사 △2016년~ 네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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