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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속 임수향과 조우리, 예쁘지만 마냥 행복하지 않은 그녀들의 이야기가 던지는 작은 메시지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끈다.
JTBC 금토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극본 최수영, 연출 최성범)에서 한국대학교 화학과 새내기 최고의 미녀로 그려지는 강미래(임수향)와 현수아(조우리). 성형수술을 통해 얻게 된 새 얼굴로 ‘평범’한 행복을 꿈꾸는 미래와 타고난 자연 미인이지만 ‘더’ 예뻐지고 싶어 하는 수아는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아름다운 외모라는 시각적 권력을 손에 쥐고 있지만 썩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못생겼다는 이유로 고통받았던 전형적인 외모지상주의의 피해자 미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보통의 일상, 좋아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평범한 행복을 바라며 성형 수술을 했다. 그런데 몰라보게 예뻐졌음에도 여전히 힘이 든다. 수술한 티가 많이 나서 ‘강남미인’으로 불리고, 원래부터 예쁘지는 않았다는 이유로 자연미인 앞에만 서면 자기도 모르게 위축되기 때문. 게다가 한편으로는 자신도 모르게 버릇처럼 사람들의 얼굴을 평가하고 점수를 매긴다. 외모를 품평하는 시선으로 억압받았음에도, 어느새 가해자와 별반 다를 것 없는 행동을 보이는 자신에게 소스라치게 놀라는 미래의 모습은 요즘 사회를 사는 우리의 모습을 리얼하게 비추고 있다.
그렇다면, ‘원래부터 예쁜’ 수아의 삶은 어떨까? 예쁜데 착하기까지 해 단번에 화학과 아이돌로 등극했던 수아는 극이 전개될수록 어딘가 비틀려 있는 인물로 묘사된다. 성형수술로 예뻐졌다며 은근한 뒷말을 듣는 미래와 달리 모태 미인으로 인정받음에도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사랑 받아야 하고, ‘가장’ 예뻐야 하는 수아.
사람들 앞에서는 “저보다 미래가 훨씬 예쁘죠”라며 천사 같은 얼굴로 웃지만, 홀로 남은 순간에는 싸늘한 얼굴로 미래의 약점을 캐는 그녀의 두 얼굴은 “저런 나쁜 X”이라며 시청자들의 화를 돋우면서 동시에 “그런데 좀 안쓰럽다”는 평을 듣는다. 자신을 바래다준 동기들 앞에서는 고급 아파트에 들어가는 척 하더니, 한참을 숨어있다 좁은 골목의 평범한 집을 향해 걷는 뒷모습에서 늘 불안에 떨며 자신을 끊임없이 포장하는 그녀의 삶이 미래보다 더 불행하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예쁘지만, 마냥 행복하지 않은 인물들의 이야기는 적나라한 외모지상주의에 노출된 것이 너무도 익숙해진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행복에 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특히 지난 6회 방송에서 “나는 좀 안 예쁘게 태어났으면 인생이 훨씬 잘 풀렸을 거 같은 생각이 든다”고 했던 나혜성(박주미)의 과거 이야기를 통해 소위 ‘고시 3관왕’이라고 불리만큼 큰 권력이라는 아름다운 외모가 결코 행복한 인생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전한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남은 이야기 속에서 진짜 행복, 진짜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내적 성장이 필요한 미래와 수아의 변화를 어떻게 그려낼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매주 금, 토 밤 11시 방송.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