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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극장가 흥행의 중심에는 배우 이성민이 있다. ‘공작’과 ‘목격자’가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으로 순항 중인 가운데 두 작품에서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존재감을 입증한 이성민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이성민은 지난 8일 개봉한 ‘공작’으로 성수기 극장가 경쟁에 합류했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극이다. 이성민은 북의 대외경제위처장 리명운 역을 맡았다.
리명운은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캐릭터다. 좀처럼 속을 드러내지 않는 표정과 딱딱한 말투에서는 위압감이 느껴지지만, 남측 스파이 박석영(황정민)과 끈끈한 동지애를 나눌 만큼 따뜻한 인간미와 강인한 호연지기를 품고 있다.
이성민은 리명운을 최대한 절제된 연기로 그려냈다. 강한 억양의 말투와 몸짓이 돋보인 황정민과 달리 이성민은 영화 내내 꼿꼿한 태도와 무표정을 유지한다. 대신 얼굴 근육의 떨림, 흔들리는 눈빛 등 아주 세심한 움직임으로 감정 변화를 표현했다. 황정민, 조진웅, 주지훈 등 개성 있는 연기파 배우들이 한 데 모였지만 그중에서도 이성민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캐릭터를 그리는 과정에서 고충도 많았다. 예민하고 냉철한 리명운은 이성민과는 거리가 먼 성향의 인물이었다. 자신에게 없는 부분을 만들어내야 했기에 이성민은 배우로서의 자신의 삶을 반성할 만큼 깊은 고민을 거쳤다.이성민은 “연기할 때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재활용해서 표현하는 편인데 리명운은 나와 다른 부분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혼자 숙소에 가서 매일 끙끙댔던 기억이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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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이 개봉한지 1주일 만에 이성민은 ‘목격자’로 다시 한 번 관객을 찾았다. ‘목격자’는 아파트 한복판에서 살인을 목격한 목격자와 범인이 벌이는 추격전을 그린 영화다. 극중 이성민이 연기한 상훈은 태호(곽시양)의 살인을 목격한 후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공작’의 리명운이 이성민과 정 반대에 서 있는 인물이었다면, ‘목격자’의 상훈은 이성민에게 맞춤옷처럼 꼭 맞는 캐릭터였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장인이자 한 집안의 가장인 상훈의 모습에서는 이성민 특유의 평범하고 친근한 매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성민 역시 “‘목격자’의 상훈은 (평범하고 친근한 면에서) 딱 내 과였다. 내가 선호하는 류의 연기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기만큼은 평범하지 않았다. ‘목격자’는 러닝타임 내내 침묵과 폭로 사이에서 갈등하는 상훈의 얼굴에 집중했다. 이성민은 자신의 얼굴로 채워진 영화가 지루하지 않도록 감정의 세기를 섬세하게 조절해갔다. 상황마다 극적으로 변화하는 이성민의 표정이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가장 평범한 모습으로 상훈이 경험하는 격렬한 감정 변화를 리얼하게 표현했다.‘목격자’는 이성민의 연기가 채운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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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품에서 다른 전혀 색깔의 연기를 보여준 이성민의 활약에 관객도 반응했다. ‘공작’은 개봉 12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했고 ‘목격자’ 역시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 개봉 일주일째에 160만 관객을 넘어섰다. 두 작품은 8월 최고의 기대작이었던 ‘신과함께-인과 연’을 누르고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미 MBC ‘골든타임’, tvN ‘미생’, 영화 ‘보안관’ 등으로 믿고 보는 배우 반열에 오른 이성민은 올여름 ‘공작’과 ‘목격자’로 충무로 흥행 보증 수표로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대중의 신뢰뿐 아니라 티켓 파워까지 거머쥐게 된 그의 다음 연기가 더욱 궁금해진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