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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시청률에 웰메이드라는 호평까지 얻고 있는 tvN ‘미스터 션샤인’에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연기구멍. 특별출연까지 합하면 40여 명에 달하는 주조연 배우들이 등장했지만 모두가 빈틈없는 연기력으로 각자의 몫을 소화하고 있다. 탄탄한 배우들의 연기가 ‘미스터 션샤인’의 흥행 비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인공 유진 초이 역으로 ‘미스터 션샤인’을 이끌고 있는 이병헌은 9년간의 브라운관 공백기가 무색할 만큼 완벽한 연기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유진 초이는 노비의 아들로 태어나 부모를 잃고, 조국을 떠나 미국인이 된 인물로 이병헌 특유의 깊은 눈빛과 중저음이 유진 초이의 무거운 사연과 잘 어울렸다.
동시에 카일 무어(데이비드 맥기니스), 임관수(조우진) 등과 있을 때는 가볍고 장난스런 모습으로 캐릭터의 입체감을 살렸다. 미세한 표정과 대사 톤의 변화로 진지함과 능청스러움을 오간 이병헌의 완급조절이 캐릭터의 간극을 좁혔다.
사대부 영애 고애신 역의 김태리는 첫 드라마 출연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참한 애기씨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의병까지, 같지만 다른 인물처럼 보이는 고애신의 다양한 모습은 김태리의 풍부한 표현력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중성적인 느낌의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이 더해지면서 고애신의 강인한 이미지가 더욱 강조됐다.
이들의 열연이 시너지를 이룬 덕일까, 케미에 대해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이병헌과 김태리는 20살 나이 차이 때문에 방송 전부터 시청자들의 우려를 한 몸에 받았다. 너무 많은 나이 차이가 러브라인 몰입을 방해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오로지 연기만으로 논란을 잠재웠다. 섬세한 연기의 이병헌과, 어린 나이임에도 무게감 있는 연기를 선보이는 김태리의 조합은 ‘미스터 션샤인’ 흥행의 일등 공신이 됐다.
유연석과 변요한은 김태리를 향한 순애보를 그리며 ‘서브병’을 유발하고 있다. 구동매 역의 유연석은 거친 액션과 애처로운 감정 연기를 모두 소화하며 ‘유연석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이끌었다.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애신을 바라볼 때마다 달라지는 그의 눈빛이 시청자들에게 짝사랑의 애틋함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변요한은 능글맞은 김희성 캐릭터를 마치 본래 제 옷인 마냥 딱 맞게 소화해냈다. 이병헌과 유연석의 무거운 연기 가운데 변요한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더해지면서 세 사람의 케미 역시 살아났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애신을 향한 마음과, 가문의 업보와 양심 사이의 고뇌가 깊어지면서 캐릭터의 깊은 감정까지 다채롭게 그려내고 있다.
김민정이 연기한 쿠도 히나는 유진 초이를 도우면서도, 세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고애신을 질투한다. 좀처럼 속을 드러내지 않고 차분함과 우아함을 유지하는 김민정의 표정과 말투가 캐릭터의 긴장감을 만들었다. 특히 다소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김은숙 표 대사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치명적인 캐릭터의 쿠도 히나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조연들의 활약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애신의 옆을 든든하게 지키는 행랑아범 역의 신정근과 함안댁 역의 이정은은 맛깔스럽고 푸근한 연기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그려지는 묘한 러브라인이 극의 재미를 더한다. 김의성은 ‘악역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함경도 사투리와 일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또 하나의 인생 악역인 이완익을 탄생시켰다.
이 외에도 김갑수와 최무성부터 김병철, 조우진, 데이비드 맥기니스까지 ‘미스터 션샤인’의 조연들은 개성 있는 연기로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주·조연 가릴 것 없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캐릭터들의 존재는 시청자들이 ‘미스터 션샤인’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다. 각 캐릭터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대본의 힘도 크지만, 이를 200% 살려낸 배우들의 호연이 ‘미스터 션샤인’의 흥행을 이끌었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