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이상윤 부장판사)는 31일 고은 시인이 최영미 시인과 박진성 시인, 언론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첫 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엔 최영미 시인이 직접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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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의 대리인은 “원고는 그러한(성추행) 사실이 없는 만큼 피고들의 주장은 허위”라며 “진실성 부분에 대한 입증이 문제가 되는 만큼 의혹을 제기한 측에서 구체적으로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주장했다.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최영미 시인 등에게 근거를 대라고 요구한 것이다.
최영미 시인의 대리인은 “피고가 제보한 건 현장에서 직접 들은 내용이라 명백하고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박진성 시인의 대리인도 “고은 시인에 대해 자신이 본 것과 똑같은 내용의 ‘미투’ 얘기가 나오니 거기에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영미 시인 등의 대리인은 고은 시인이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인 만큼 본인의 결백을 먼저 입증하라고 맞섰다.
양측이 입증 책임을 서로에게 떠밀자 재판장은 “서로 책임 전가를 하고 있는데 이런 식이면 한이 없다. 입증할 계획이 없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최영미 시인은 재판 직후 “문단 내 성폭력을 말하면서 고은 이야기를 안 하는 건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대한민국 문인들이 그렇게 비겁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최영미 개인이 아니라 정의를 위해서 나서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은 최영미 시인이 시 ‘괴물’에서 그를 암시하는 원로 문인의 과거 성추행 행적을 고발한 사실이 지난 2월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최영미 시인은 직접 방송 뉴스에 출연해 원로 시인의 성추행이 상습적이었다고 밝혔고,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는 그가 술집에서 바지 지퍼를 열고 신체 특정 부위를 만져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고은 시인은 “일부에서 제기한 상습적인 추행 의혹을 단호히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주리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