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봄이가도(전신환·진청하·장준엽 감독)’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봄이가도’는 딸을 애타게 기다리는 엄마, 운 좋게 홀로 살아남은 이, 아내의 흔적에 허탈한 남편 등 봄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찾아온 기적 같은 하루를 담아낸 영화다. 광화문시네마, 아토ATO 등 독립영화 제작명가의 명맥을 이을 ‘왕십리픽쳐스’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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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가도’는 세 명의 감독이 만든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로 세월호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세월호 2주기 여름, 기획된 영화다. 하지만 제작진과 배우들은 영화를 만드는 데 망설임은 없었다고 밝혔다.
장준엽 감독은 증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우리가 영화를 통해 작은 희망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서 영화를 기획하고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장준엽, 진청하, 전신환 세 감독은 ‘세월호 참사’에서 모티브를 얻어 영화 ‘봄이가도’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너무나 아픈 기억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이제 그만 좀 하자’라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슬픔의 힘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을 담아내고 싶었다”는 세 감독의 이야기 속에서 ‘봄이가도’를 제작하게 된 진심어린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장준엽 감독은 “사회적으로 분열이 가장 심했던 시기다. ‘그만하라’는 말이 나왔던 때다. 각자의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다. ”고 기획 계기를 털어놨다.
진청하 감독은 “당연히 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월호에 대한)부담감은 있었지만 하고자 하는 말이 있으면 두려움보다는 말을 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배우들 역시 발 벗고 나섰다.브라운관의 신스틸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배우 전석호의 경우에는 단숨에 출연을 결정함은 물론, ‘상원’ 역으로 유재명 배우를 적극 추천하며 다리를 놓아줄 정도로 적극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서 남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운 좋게 살아남은 이’로 열연한 유재명은 “작품이 가지고 있는 배경이 조심스러웠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배우로서 숙명이라고 생각했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진솔한 힘이 있기 때문에 의미있는 작업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자의 몫으로, 신념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우리도 각자의 이유로 연기를 하고 있다. 배우가 해야할 몫이라고 생각했다. ”고 덧붙였다.
‘아내가 사라진 그 후’를 보내고 있는 남편 역으로 열연한 전석호는 “지금 살고 있는 시기를 얘기하고 싶었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진실을 밝히거나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말하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 우리의 느낌대로, 나름대로의 기억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영화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잊지 않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다. 그 자리에서 묵묵히 누군가를 기억하고, 잊지 않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히 위로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의견을 전했다.
전석호는 “아주 작은 날갯짓으로 시작해 큰 희망이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딸이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엄마 ‘신애’로 열연한 전미선은 “내가 누구에게 목 놓아서 이렇게 이런 상황이 됐어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나를 위로해주지 않겠니’ 하고 손을 내미는 것과 같았다.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 솔직한 심정에 손을 뻗고 싶었고 위로를 주고 싶었다. ”고 소감을 털어놨다.
전미선은 연기로 위로를 하고 싶었다는 마음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가 사는 게 각박해서 각자 다른 걸 바라보고 가지만 서로 상처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상처를 치유해 줄 방법도 몰라서 다가가는 방법도 모른다. 최대한의 연기로 내가 위로해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며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공감을 표했다.
베테랑 배우들의 진심과 용기로 탄생할 수 있었던 영화 ‘봄이가도’는 오는 9월 13일 개봉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