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개봉한 영화 ‘명당’(감독 박희곤·제작 주피터필름)은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과 왕이 될 수 있는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명당’은 배우 조승우를 비롯해 지성, 백윤식, 김성균, 문채원, 유재명, 이원근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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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균은 세도가의 2인자 이자 야망을 품은 김병기 역을 맡았다. 김병기는 왕권을 뒤흔드는 최고의 세도가 김좌근(백윤식)의 아들이자 야망가로, 천하명당을 두고 지관 박재상(조승우)과 흥선(지성)과 대립하게 되는 인물이다. 그는 ‘김병기’란 인물을 한 마디로 “아빠한테 인정 받지 못하고, 사랑 받지 못하는 못 미더운 아들이다”고 설명했다. 김성균은 “아버지 ‘김좌근’에게 인정 받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 보여지는 표정과 행동들을 연구했다”고 털어놨다.
“이 인물을 어렵게 풀면 한도 끝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버지한테 자꾸 혼나고 구박받는 아들로 봤어요. 박희곤 감독님이 제 뚱한 표정을 보고선, 아버지한테 혼나서 ‘아빠 미워’ 그 표정이 나왔다고 하시던걸요. 욕망이나 이런 거창한 말로 설명하기 보다는, 아빠한테 인정 받지 못하고 못 미더운 아들로 봤어요. 그런 아들은 조선 시대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을테니까요.”
카리스마 넘치는 비주얼로 충무로를 사로 잡았던 김성균은 실제로 친근한 옆집 아저씨에 가까웠다. 아버지와 아들로 호흡을 맞춘 백윤식 배우에게 위압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는 “분명히 깊이를 가지고 계신 무림 고수의 위엄이 있는 분이다. 현장에서 산처럼 앉아 계신 느낌이었다“고 당시의 감회를 털어놨다.
“현장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그 분의 포스가 있는 분이시죠. 선생님의 내공이 묵직하게 땅과 닿아있는 일상 모습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모든 것이 하나가 돼서 땅을 짚고 서 있는 느낌이었어요. 삶과 인생에 연기가 착 달라붙는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 배우의 연기가 바닥에 착 달라 붙는 느낌, 그게 제일 어려운 거잖아요. 딱 그런 분이셨어요.”
운동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고 전한 김성균은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춘 지성 배우로 인해 , 예상보다 연습량이 늘었다는 웃지 못할 일화를 전화기도 했다. 실제로 ‘김병기’와 대립 관계에 있는 ‘흥선’ 역의 지성은 “김성균은 배우 간에 굳이 맞추려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합이 맞을 수 있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 최고의 배우”라며 김성균과의 작업 과정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성 형에게 진짜 많이 배웠어요. 연기도 잘하시지만 액션 연기도 너무 잘하세요. 진짜 성실하게 준비해오시고, 촬영장 대기시간에도 계속 연습하세요. 촬영 전에 연습을 얼마나 하시는지, 상대 배우인 저 역시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었어요. 합을 맞추고, 잠깐 쉬자고 해놓곤 어느 순간 사라져있어요. ‘어디 있지’ 하고 찾아보면 또 연습을 하고 계세요. 그렇게 되면 저 역시 또 연습에 들어가게 되는거죠. 하하. 그땐 힘들었지만 너무 감사한 배우세요. 그래서 부모님이 친구를 잘 두라고 하시는거 같어요. 그걸 이번에 많이 느꼈습니다.”
김성균은 말 타기에 자신감을 가졌다가 부상을 입었던 일화도 전했다. 칼이나 창으로 하는 액션보다 더 힘든 게 ‘말 타는 것’이란다. 살아있는 생명체라 ‘말이 말을 안 듣는다’는 아재개그까지 더했다.
“‘군도’ 때 말 타는 연습을 세 네 번 하고 바로 전력질주를 한 경험도 있어요. 언뜻 보면 아무도 모르실텐데, 자세히 보시면 제가 막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말을 죽기살기로 붙잡고 있는 걸 확인하실 수 있을거다. 이번 ‘명당’에서 말을 타고 가다가 말이 멈추지 않고 질주를 해서, 대들보에 이마를 확 박았어요. 브레이크가 안 걸린거죠. 갓이 다 찌그러져서 너덜너덜해졌어요. 크게 다친 건 아니었지만 말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졌습니다.”
그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며 강렬한 연기를 펼쳐온 김성균은 2012년 한국 범죄영화의 대표작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를 통해 데뷔, ‘최형배’(하정우)의 오른팔 역인 ‘박창우’로 얼굴을 알렸다. 이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서울로 갓 올라온 순박한 대학생으로 안방극장 관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그는 “요즘엔 ‘어 성균씨!’ 하면서 사람들이 편하게 다가오고 악수 청해주시고 그러면 내 이미지가 많이 편안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드라마 한편, 친근한 게 큰 것 같다.”고 전했다.
영화 속에선 인상적인 악역을 선 보여온 그이지만, 똑같은 악역을 반복적으로 보여줄까 하는 두려움은 없다고 했다. 같은 얼굴에서 나오는 웃음과 강렬함은 배우가 바뀌지 않는 이상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역시 깨달았다. 김성균은 “오히려 기존에 했던 작품을 빨리 잊어버리는 게 좋다”는 명답을 내 놓았다.
“어느 순간 ‘내가 다르게 해야겠다. 다른 악역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절 가로막는 것 같았어요. 기존의 것들을 내가 떠올리면서 하게 되는 문제가 생기더라구요. 아예 요즘엔 그런 것들을 신경 쓰는 게 독으로 작용했어요. ‘그전에 내가 했던 거잖아’ 란 잣대를 들이밀면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같은 얼굴에서 나오는 건데 얼마나 180도 다르겠어요. 전에 했던 작품을 빨리 잊어버리고 새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 그래야 다른 게 나오는 것 같아요,”
‘명당’의 강점은 천하명당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왕권 쟁탈부터 개인을 넘어 시대의 운명까지 바꾸려는 인물들의 팽팽한 대립을 효과적으로 담아낸 점. 마지막 결말을 둘러싸고 의견이 갈릴 수 있겠다는 지적에, 김성균은 “굉장히 허무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현실적인 결말이다”고 해석했다.
“오늘의 적이 내일의 친구가 되는 게 현실사회와 닮아있어요. 서로 이해 득실을 위해 움직이는 현실에선 그런 게 맞잖아요. 그런 지점들을 생각했어요. 죽일듯이 달려들어서, 도저히 둘이 안 풀릴 것 같은 사람일지라도, 이해관계가 바뀌면 달라지는 게 인간관계라고 봤어요. 예전부터 있어왔고, 지금도 있는 인간사의 모습들이죠. 다들 각자가 원하는 걸 갖고 그런거겠죠.”
‘명당’은 조승우, 지성, 김성균, 문채원, 유재명, 이원근 그리고 백윤식, 박충선, 강태오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김성균은 “악역의 강렬함 만큼, 9명 이상의 각 캐릭터들이 힘을 골고루 나눠가진 영화라 뿌듯하다”고 전했다.
‘명당’은 ‘물괴’, ‘협상’, ‘안시성’과 함께 올 추석 극장가 대전에 나섰다. 유머감각이 넘치는 김성균은 “추석 때 성묘가면서 한번 쯤 떠올릴만한 영화이다”고 소개했다. “한국 사람들은 피해 갈 수 없는 풍수지리를 소재로 한 영화잖아요. 우리가 명절 때만 되면, 우리 아버님 있는 곳이 평안한가. 터가 안 좋아서 그런가란 생각을 한번 쯤 해보시잖아요. 가족 친척들과 함께 보기 참 좋은 작품인 것 같아요. 그리고 조선시대가 배경이긴 하지만 지금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아서 생각할 부분도 많은 영화란 점도 장점이라면 장점입니다.”
마지막으로 김성균은 백윤석 촬영감독이 카메라에 연기를 담았다는 이야기도 히든카드로 꺼내놓았다. 김성균의 표현을 빌리면, “그냥 찍는 게 아니라 배우의 감정에 따라서 디테일하게 담아내는 감독”이란다.
“‘명당’이 가진 강점이 참 많아요. 카메라가 연기하는 작품이 많지 않은데, 저희 영화는 카메라도 연기한 영화입니다. 촬영감독이 각 캐릭터를 맡은 배우에게 감정에 대해서 다 물어보는 편이에요. 촬영이 끝나고 나면 마치 본인이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자처럼 힘들어하던걸요. 카메라가 연기하는 맛을 보는 재미도 분명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 자부합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