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곽동연의 긍정 주문이 제대로 통했다. 곽동연은 JTBC 금토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속 연우영 캐릭터를 현실에 있을 법한 ‘온미남’으로 만들며 도경석(차은우 분) 못지않은 인기와 팬덤을 이끌며 서브병을 유발, ‘곽동연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카페 ‘보드레 안다미로’ 에서 만난 곽동연은, 밝고 건강하고 유머러스한 기질을 지닌 건강한 배우였다. 만나기 전 예상한 그는 작품 속 캐릭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민망하기도 하고 어안이 벙벙하기도 했어요. 보내주신 사랑이 저한테 큰 힘이 됐고, 앞으로도 배우로 살아가면서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다음엔 서브병 말고도 많은 병을 유발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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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연은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 화학과 조교이자 미래를 좋아하는 선배 연우영을 연기했다. 그는 다정다감한 성격과 개념 있는 생각, 행동으로 화학과 여학생들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많이 웃고 행복했어요. 훈훈하고 젠틀하고 배려심 많은 연우영 캐릭터를 맡으면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어요. 저의 모습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었겠죠. 제작진 분들도 제가 해석한 우영이에 대한 모습을 좋아해 주시고 공감해 주셔서 더 힘을 내서 할 수 있었어요.”
사실 연우영은 임수향이 분한 강미래만 빼고 ‘모두가 좋아하는 워너비 남자’였다. 우영은 미래에게 마음을 고백했지만, 곧 거절 의사를 듣게 된다. 하지만 그는 미래의 마음을 존중하며 자신의 사랑을 믿도록 용기를 전했다. 이 같은 모습은 우영의 어른스러움과 사랑을 대하는 성숙한 면모를 엿볼 수 있게 했다. 그런 곽동연이 연우영에게 가장 공감했던 장면은 경석(차은우)에게 ‘폭력’으로 다가갈 수 있음을 짚어주는 장면이다. 그 외에도 막 사회에 뛰어든 철 없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방향에 대해 한 번씩 상기시켜줄 수 있는 선배로 활약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6부에서 축제 때 학과 남학생 후배들을 혼내는 장면, 경석이가 미래 팔을 잡는 장면을 보고 그게 폭력이라고 짚어주는 부분들이 기억에 남아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사회생활을 하면서 무분별하게 생기는 그런 문제들을 많이 겪었고, 그걸 개선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 왔는데 제 개인적인 사건과 오버랩 돼서 좋았어요. 많은 분이 고민하고 공감하는, 스스로도 모르고 넘어갔던 사회 전반에 깔린 고쳐나가야 할 것들을 한번씩 상기시켜주는 언행들을 한 인물이었잖아요.”
곽동연은 원작에서 보여준 거침없는 의사 표현과 미래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연우영의 기본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도 각색된 개념 있는 사고, 사이다 발언 등으로 독보적인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특히 ‘외모지상주의와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드라마의 기본 방향을 잘 이끌어갔다. 그는 ‘성형’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도 밝혔다. 그에 따르면 성형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라 그 누구도 상대의 선택에 대해 평가할 수 없다는 것. 남들에게 말과 행동이 노출된 연예인으로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늘 고민한다는 그의 발언에선 절대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 묻어났다.
“성형을 중심 소재로 삼은 드라마라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가진 생각은 분명해요. 성형은 개인적인 영역에서의 관념이지 않나. 본인이 선택한 것이니, 그 부분에 대한 타인의 주관적인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 개인의 영역을 침범했기 때문에 어떤 피해자가 발생하는거라 생각해요.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인데, 누군가에게 폭력이라는 걸 모르고 말을 휘두르기 때문에 누군가는 상처받는다고 생각해요.”
“‘강남미인’은 사실 성형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그저 ‘사람은 사람일 뿐이다’ 말하는 작품입니다. 강미래(임수향)도 그렇고 수아(조우리)도 그렇고, 누군가가 재단해 놓은 현수아와 강미래에 맞춰서 바라본 결과 고통받고 피해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존중, 배려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돼요. 그냥 각자 한 사람이라는 걸 당연시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가수연습생 시절을 지나, 2012년에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데뷔한 곽동연은 이후 ‘장옥정, 사랑에 살다’ ‘감격시대’ ‘중학생 A양’ ‘모던파머’ 등에 출연했다. 1년에 최소 2편씩은 작품을 이어오면서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일하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고 뿌듯하다”는 곽동연은 “연기 이외에 잘하고 싶은, 잘할 수 있는 일도 없다”고 했다.
“가수 연습생 때 연기를 부수적으로 배웠어요. 처음엔 큰 생각은 없었어요. 연습생 때 느낀 회의감과 답답함을 해소시켜줘서 해방감이 컸어요. 그 뒤 우연히 오디션에 합격해서 데뷔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노래는 노래방에서 불러도 되는거라, 가수에 대한 큰 미련은 없어요. 연기 작업하면서 느낀 위로가 되게 컸거든요. 조금씩 시간이 흐를수록 연기일을 허투루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품을 준비하고 결과물을 함께 지켜보는 시간에서 제가 제일 쓸모 있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지거든요.”
2015년 KBS 단막극 ‘아비’는 그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안겼다. 대한민국 최고 명문고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 지선우 역을 맡아 ‘효율과 최적’이라는 두 가지 가치관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인물로 열연했던 작품이다.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확히 받아들이고 실제로 변화한 시청자의 피드백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비’의 기억은 스스로 배우 일을 선택 하기 잘했다고 깨닫게 했다.
“매 순간 배우로서 행복하다고 느끼긴 해요. 구체적인 한 순간을 꼽으라고 하면, 예전에 KBS 단막극 ‘아비’라는 작품을 했을 때라고 말 할 수 있어요. 학벌 만능주의에 대한 작품인데, 치열한 입시 경쟁에 뛰어들었던 아이가 점점 엇나가서 부모가 후회하고 상처받는 내용을 담았어요. 어떤 시청자분이 ‘저도 아이에게 매일 강요만 하는 같은 학부모였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고 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 하셨어요. 저희 드라마를 보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는 댓글을 남겨주신거죠.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확히 받아들이시고 변하기까지 하셨다는 말을 듣곤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대중문화예술인들이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이 바로 이런 때가 아닐까요.“
20대 초반의 배우 곽동연은 적절한 방향과 속도로 걸어가고 있었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을 시작하면서는 “편안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어느 정도 목표에는 다가갔다. 그는 “지금이 딱 적당하고 좋다”고 지난 6년의 시간들을 돌아봤다.
“배우 6년차가 됐네요. 전 지금 진행 과정과 방향에 대해 만족해요. 내 스스로 객관화 돼 있지 않으면 휘둘리기 쉬워요. 내 생각이 정리가 안 돼 있으면 인터뷰 도 힘들지 않았을까요. 직업적인 부분에서 힘든게 있다는 말도 하는데, 전 저는 이 직업을 갖게 된게 너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저를 믿습니다. 다행히 아버지 어머니께서 또래보다 시간을 빨리 가게 하는 외모를 주셨기 때문에, 이렇게 계속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탈선하지 않는다면 만족할만한 결과들이 나올거라 믿어요.”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