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향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의 비판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비판의 대상이 된 에피소드는 대전 청년구단편 막걸리집의 사례로, 충격요법을 위해 12종의 막걸리를 놓고 사장의 막걸리와 기성 업체의 것을 비교하는 부분이다. 이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백종원은 막걸리가 제조된 지역을 척척 맞춰냈고, 청년 사장은 어리둥절해 했다.
이어 백종원은 한화이글스 팬들을 초대해 다시 한 번 막걸리 블라인드 테스트를 시행했다. 이번에도 역시 청년구단 막걸리는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주인이 없는 공간에서 직설적인 평을 들으며 고집만으로 장사할 수 없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한 장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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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에서 황교익의 비판은 맛 칼럼니스트라는 그의 사회적 역할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말마따라 전국의 막걸리 양조장 수가 얼마인데 그중 12개를 선별해 맛만 가지고 구분할 수는 없다. 척척 맞춘 백종원이 진짜 ‘신의 입’일지도 모른다. 막걸리 맛을 잘 안다고 잘 팔리는 막걸리를 만들수도 없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야기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물이 중요하냐 누룩이 중요하냐로 흘렀다. 여기서도 논란이 되자 일부 네티즌은 황교익의 발언을 짜깁기해 ‘일본 음식을 찬양했다’는 말부터 불고기의 어원, 떡볶이는 맛 없는 음식이이라고 말했다며 비판했다. 그가 출연한 광고까지 공세가 이어졌다. 과한 비난에 황교익은 SNS를 통해 이들 논란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가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던진 비판이 부당하다 생각지 않는다. 음식을 논하는 사람으로서 ‘막걸리의 맛’이라는 주제에 대해 충분히 던질 수 있는 의심이었다. 다만 그가 ‘음식’에 집중했다면 대중은 ‘프로그램의 목적’에 집중했기에 좁혀지지 않은 시각차가 있었다고 본다.
만약 그가 12종 블라인드 테스트에 대한 비판에 앞서 좋은 막걸리란 무엇이며, 어떻게 빚는 것이며, 청년구단 사장의 막걸리가 손님을 끌어모으지 못한 이유에 대해 분석해 전달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막걸리의 개성을 방해하는 입국과 아스파탐 대신 무엇을 써야 하는지, 쌀과 물, 발효의 조건으로 개성을 입히다가 맛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평소 그의 글을 찾아보며 직접 경험하기 힘든 ‘맛’을 대리만족하는 애독자 입장에서 이번 논란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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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기본적인 틀이 유지돼야 기획의도가 살아난다.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은 ‘장사가 안되는 상황→원인 진단→해결방안 제시→사장의 노력→재개장’ 순서로 진행돼왔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원인 진단’으로, 자신의 음식에 부족함이 없다고 믿는 주인을 설득하는 과정이었다. 때로는 다그침으로, 때로는 1대1 승부로, 막걸리집처럼 충격요법으로 ‘솔루션을 받아들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었다.
프로그램은 ‘충격요법’ 콘셉트를 유지해왔다. 처음 방송된 이대 골목의 순두부집, 필동 멸치국수집, 공덕 주꾸미집은 백종원과의 1대1 대결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인정했다. 이들 모두 본인의 레시피가 문제없으며, 손님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이를 단번에 꺾어줄 ‘장치’로서 이 콘셉트는 주효했다.
고집 센 주인이 설득되지 않을 경우 아주 강하고 확실한 충격요법을 사용하는건 백종원의 오랜 노하우라고 본다. 객관적으로 폐업 위기에 처했음에도 자만심으로 가득한 주인의 기를 꺾어야 단시간 안에라도 정상적인 운영은 가능하게 해줄 것 아닌가.
일각에서는 그의 식당들의 맛이 평범하다는 것에 비판적인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알다시피 그의 장사 철학은 저렴한 가격으로 적당한 맛을 유지하며 손님에게 ‘여기는 평타는 친다’는 안정감을 주는데 있다. 방송에서 그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다. 나머지는 본인의 노력에 달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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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막걸리에 대해 집착하던 청년 사장도 충격요법에 움직였다. 백종원의 솔루션을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안주를 개발하고 ‘제조’의 시각에서 벗어나 ‘장사’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일단 장사가 돼야 신메뉴도 개발하는 것 아닌가. 백종원은 대전 청년구단 사장들에게도 다른 골목과 같이 ‘산소호흡기’만 달아준 셈이다.
백종원과 막걸리집 사장의 밀당을 보며 청년 사장이 꾸준하게 자신의 막걸리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수제맥주집이 그렇듯 자신이 개발한 막걸리를 단골손님들에게 슬쩍슬쩍 줘가며 테스트해보고, 피드백을 받고, 반응이 좋으면 메뉴에 넣고. 그렇게 하나하나 메뉴를 늘려가는 것이 초보 사장님에게 가장 적절한 장사방식일 것이다. 백종원은 그 환경을 만들어줬고.
가끔 퇴근길 강남역에서 ‘푸드트럭’편에 나온 핫도그 사장님을 찾는다. 다른 출연자가 보이지 않을 때에도 늘 밤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며 핫도그를 튀긴다.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을 우두커니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좀 나아지곤 한다. 이유야 많겠지만 그 ‘열심히’ 사는 모습에 힘을 얻는다. 그게 이 프로그램이 대중에게 끊임없이 회자되는 힘 아닐까.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