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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현실 문제를 경쾌하게 얘기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그게 배우가 갖는 초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배우 이정은이 데뷔 27년 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1991년 연극 ‘한여름밤의 꿈’을 시작으로 배우의 길을 걸어온 그에게 새로운 전성기가 찾아왔다. 연기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의 진심에 이제는 대중도 반응하고 있다.
“좋은 시기인 것 같긴 하다. 대중에게 알려진다는 의미에서도 그렇고, 무대에서 영상으로 장르가 바뀌면서 작업이 재밌다. 무대에서도 전성기가 있기는 했는데 지금 대중에게 더 많이 알려진 것 같다.”
대중이 이정은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게 된 건 tvN ‘오 나의 귀신님’부터다. 브라운관에서는 낯선 얼굴이었던 이정은은 극중 괴팍한 성격의 점쟁이 보살 서빙고 역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후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부터 ‘쌈, 마이웨이’, ‘미스터 션샤인’, ‘아는 와이프’까지 흥행 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출연했고 매 캐릭터가 사랑받았다.
“그동안 여러 인물들을 만났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나라’라는 개념이 있을 때, ‘도둑놈 도둑님’에서는 연변에서 내려와 우리 유산을 지키려는 무술가 이야기의 배경이 됐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다른 색깔로 입혀졌다. 캐릭터들이 세포분열처럼 재조합되는 느낌이다. 모든 역할이 비단 한 역할에서만 시작된 건 아닌 것 같다. 결국에는 다 인생 캐릭터다. 물론 서빙고 캐릭터가 가장 고맙기는 하다. 그 캐릭터로 인해 사람들이 많이 찾기 시작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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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은 작품 속 수많은 배우들 속에서도 유독 눈에 띈다. 그의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돋보이게 해주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이정은은 그 묘한 매력을 ‘빈틈’이라고 표현했다.
“빈틈이 많아서 그런가? (웃음) 연기를 할 때 꽉 채워지는 역할이 있는가 하면 약간 헐렁한데 정이 가는 역할도 있다. 나는 후자다. 일반인 같은데 재밌기도 하고 어떨 때 보면 찔끔거리게도 하니까. 그런 친근함과 빈틈이 매력인 것 같다. 웬만하면 현장에서 얼굴을 찡그리지 않는다. 차에 타서 지쳐서 잠이 들지언정 현장에서는 즐겁게 하려고 한다. 동료들도 다 그렇게 하더라.”
배우 자체의 매력도 있지만 작품을 향한 끝없는 욕심과 열정도 ‘다작’의 비결이었다. 아직도 연기가 너무 재밌다는 그는 지금보다 더 많은 무대와 작품에서 연기할 미래를 그리고 있다.
“일단 대본이 중요하고 작품을 향한 열의가 느껴지는 팀과는 무조건 하려고 노력한다. 그 와중에 공연도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더 많은 콘텐츠에서 연기 하고 싶다. 작년에 일본에서 영화를 찍은 것처럼 다른 언어로 연기를 하는 것도 좋다. 재밌는 일이 너무 많다. 장르에 상관없이 기회가 닿는 한 많이 하고 싶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