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독립영화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영화로 관객을 만나고 있는 배우 김인권은 “연기를 꾸준히 계속 하고 싶다”고 말하며 식지 않는 연기 열정을 내비쳤다.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해운대’(2009) 등 다양한 1000만 영화에 출연해오고 있는 그이지만, 매번 영화가 개봉 될 때마다 개봉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고 했다. 최근 출연한 영화 ‘물괴’에 이어 ‘배반의 장미’ 역시 성적이 좋지 않았다.
“개봉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요. 작품이 개봉하고 나면, 악플에 시달리고 애써 밝은 척 하지만 마음은 똑같아요. 아파요. 그래도 다시 힘을 내고 다음 작품에 희망을 걸고 해야 하는 거죠. 시대에 따라 몸 값이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계속 해야죠. 자존심을 내세울 형편은 아닙니다. 자존심 다 버리고 덤벼야 하는 시기인거죠.”
쉴 새 없이 작품 활동에 매진하는 이유를 묻자, “카메라 앞에서 계속 서고 싶다”는 솔직한 답변을 들려줬다.
|
|
“한마디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거죠. 환골탈태라고 할까요. 내가 어떻게 바꿔야 하나 고민이 큽니다. 다른 배우들처럼 이번에는 장르를 바꿔서 도전 해볼까가 아니죠. 전 끊임없이 도전하는 거죠. 물론 큰 영화랑 겨루다 보니 관객들 입장에서는 저예산 영화가 기대치를 충족 못 시킬 수도 있어요. 하지만 배우로서 갈망,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생겨서 저예산 영화를 자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코믹 배우로 잘 알려진 김인권은 의외로 “우울한 기질이 많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10살 때부터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살았고, 어머니 역시 병으로 일찍 돌아가셨다. 스스로 “인생의 굴곡이 많아, 제 안엔 코미디가 없는 사람이다”고 말한 그가 코믹 배우로 이름을 알린 것도 아이러니였다.
“어렸을 때부터 우울한 기질이 있었어요. 말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화났냐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우울했던 걸 회복하려고 가족들에게 더 함께 있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더 사랑을 주고 싶어서요. 저에겐 없는 부분이라 더더욱 코미디를 좋아하고 코미디언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럴까. 그가 출연한 ‘배반의 장미’ 속 병남에게선 페이소스가 느껴진다. 억지로 웃기기 보단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자의 고뇌와 슬픔이 어우러져 있다.
“사실 ‘배반의 장미’ 속 병남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슬픈 코미디로 볼 수 있어요. 제 안에서 자연스럽게 웃음이 막 나온다기 보다는 이 영화에 맞게, 또 이 시대의 리얼리티에 맞게 재현 하는 거죠. 제가 많이 봐 온 코미디를 제 나름대로 소화해서 보여주는 거라 생각해요.”
김인권은 딸 셋을 둔 가장이다. 충무로 명품 조연에서 명품 주연으로 거듭나기도 했지만 “매번이 위기”라며 “점점 중심부와는 멀어진 채 떠내려 가는 느낌이 있다.”고 씁쓸한 심경을 전했다.
“끊임없이 생계에 대한 부담이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 이리 저리 옮겨 다녀서 전학 가는 걸 싫어해요. 우리 아이들은 그런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지 않아요. 한단계 한단계 잘 해주고 싶어요.”
|
|
“생계형 배우에서 벗어났을 때 장르 형 배우가 되는 거겠죠. 그렇지 않으면 병남이 같이 슬픔이 계속 유지될 거라 봐요. 사실 돌이켜보면 김인권이란 배우가 아직 우울하지 않나. 그건 연기에 대해 계속 갈망하고 있다는 반증 아닐까요.”
김인권은 솔직했다. 무장 갑옷을 두른 채 배우로서 “난 잘 해나가고 있다”고 형식적인 인터뷰를 할 수도 있지만, 김인권은 차분히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정직이 최선의 방침’ 이다는 명답을 내놓았다.
“아무리 머리 쓰는 것보단, ‘정직’이 낫다고 생각하는 주의입니다. 좌우명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심는대로 거둔다’인데 결국 거짓은 들통나기 마련이죠. 잠깐 나와도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배우가 눈에 들어와요. 저 역시 그런 배우가 되고 싶죠. 고통스럽지만, 이렇게 발버둥 치면서 계속 달리겠습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