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혜영이 팬들의 응원 때문에 ‘힘을 낼 수 있었다’ 고 전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영화 ‘특별시민’ 이후 1년 6개월만에 대중 앞으로 돌아온 류혜영은 “나약한 마음이 들어 무너져 내릴 때, 팬들의 응원이 있어서 힘을 내고, 다시 한번 일어나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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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영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모처의 한 카페에서 케이블채널 올리브 ‘은주의 방’(극본 박상문, 김현철 연출 장정도, 소재현)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팬들이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지 혜영씨가 행복한 게 좋아요’란 응원의 말들이 너무 좋았다”며 감정이 올라와 ‘울컥’ 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랜만에 작품을 했는데, 팬들이 작은 마음을 모아서 ‘커피차’를 보내주셨어요. 정말 너무 벅찼어요. 날 잊지 않고 응원을 해주시는구나란 마음과 함께요. 저한테 되게 팬들의 의미가 큰 것 같아요.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죠.”
그는 팬들의 간절한 기다림을 잘 알고 있었다. 복귀를 기다리는 팬들의 댓글을 모두 봤다는 그는 “그런 댓글들을 보면서 저는 육성으로 대답했다.”며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 ‘응팔’을 하고 나서 실감을 하게 된 순간부터는 ‘팬 분들의 힘이 엄청나구나’ 를 더더욱 몸으로 느꼈다. 그만큼 류혜영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힘을 주는 이들은 팬들이었다.
누구보다 사랑하는 팬들이지만 류혜영은 잠시 팬들 곁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영화 ‘특별시민’ 이후 고민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응답하라 1988’에 이어 연달아 크고 어려운 작품을 하고나니, 전보다 더 조급해진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대중의 관심과 사랑에 빨리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커졌다. 하지만 ‘이게 진정 원하던 길이었을까’에 대한 고민도 함께 찾아왔다.
“내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깨닫게 되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어요. 이게 내가 원한 행복이었을까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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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류혜영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는 “그래서 멈췄던 것 같아요” 라며 지난 시간들을 돌아봤다.
“그만두고 일단 나에게 물어봐야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나를 돌보지 않고 조급하게 남들 시선 때문에 살아온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내 고민을 어느 정도 해소시키기 전까진 이 결정을 남에 의해서 번복하고 싶지 않았어요. ”
과감하게 던진 선택이지만, 주변에서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시선들에 처음부터 의연하게 대처할 수 만은 없었다. 부모님이 제일 많이 속상해하셨다는 솔직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류혜영은 ‘자식이 행복하기 위해 선택한 결정이다’는 말을 하니 이해를 해주셨다고 했다.
“물론 저도 인간이니까 ‘여러분들이 어떤 말을 해도 휘둘리지 않습니다’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없어요. 중간 중간 ‘그래 나도 쉬지 않을 걸 그랬나’ ‘ 전보다 작품이 안 들어오는 것 같아’ 란 식의 나약한 마음이 분명 있었어요. 하지만 스스로에게 책임을 지고 싶은 모습을 놓기 싫었어요. 고민이 덜 끝났다고 여겼기 때문에 계속 고민의 시간을 가졌어요.”
스스로에 대한 탐구는 계속됐다. 고민에 대한 해답은 찾았다. ‘내 시계에 맞춰서 살아가는 게 가장 행복하다’ 이다. 물론 이후에도 ‘류혜영의 삶의 시계를 찾는 시간’은 계속 될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 아는 건 평생을 걸려도 알기 힘들다고 하잖아요. 가장 어려운 게 내 자신을 아는 것이듯이요. 저도 저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고민의 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분명 달라진 점이 있다고 봐요. 특히 이번 ‘은주의 방’을 촬영하고 나서 제대로 체감하고 있어요. 이론적으로 아는 거랑, 내가 가슴으로 체감하고 받아들이는 건 큰 차이가 있구나. ‘나만의 시계가 있구나’란 사실도 제대로 체감했어요. 남들의 시계를 쫓아가는 건 불행해지는 지름길이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응답하라 1988’ 이후 약 3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복귀한 류혜영은 현장에서 에너지를 얻었다고 했다. 마치 에너지 드링크를 기분 좋게 마시는 현장 같았다고. 타이틀 롤을 맡았다는 부담감도 잠시 팀 분위기가 너무 좋아 금방 적응을 했단다.
데뷔 13년차, 2020년 서른을 맞이하는 예행연습 중이라는 류혜영. 20대 끝자락에 선 그는 “ ‘은주’가 한 살 언니라서 배울 게 많더라구요. 연기하면서 되게 고마웠어요” 라고 말하는 류혜영의 얼굴에선 다시 한번 긍정적인 ’은주’의 기운이 느껴졌다.
“서른을 준비하고 있어요. 아직은 많은 인생을 산 건 아니지만, 스스로 ‘조급함’ 보다는 ‘여유로운 것’을 지향한다는 걸 크게 깨달았어요. 무엇보다 ‘조급함’이 저에게 좋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결론 역시 내렸죠. 또 한가지는 ‘좋고 싫음이 분명한 게 나쁜 게 아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은주’를 통해서 많이 배웠어요. 더 긍정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많이 느낀 시간이었어요. ”
“20대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치열하게 시간을 보냈어요. 서른을 앞두고선 ‘어떻게 살아가는 게 좋을까’ 생각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서른 후반에도 기자님들을 인터뷰로 만날 수 있었음 좋겠어요. 인터뷰를 통해 자 자신에 대해서 또 한번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