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열정으로 충무로를 넘어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으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정지훈(가수 비)이 매번 작품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말했다.
정지훈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김유성 감독) 관련 인터뷰에서, “나 스스로 창피한가? 란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정지훈은 이번 영화에서 자전차 한 대로 이천만 조선의 희망이 되었던 실존 인물 엄복동으로 변신했다. 시골의 평범한 물장수에서 민중의 기대와 희망을 안고 달리는 자전차왕 엄복동으로 그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한 정지훈은 15년 동안 우승기를 놓치지 않았던 실존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촬영 전부터 자전거 특훈에 돌입하며 모든 경주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타이틀 롤을 맡은 배우 정지훈의 열정과 노력과는 별개로 ‘자전차왕 엄복동’은 개봉 전부터 영화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이슈에 휩싸였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과 소재로 인해 애국심 마케팅, 일명 ‘국뽕’ 영화라는 논란은 물론, 주인공인 엄복동이 말년에 자전거 절도 혐의로 체포될 뻔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점도 문제가 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마약 투약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정석원이 영화의 주요 인물로 등장해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이에 정지훈은 “대중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 이어 “아직 작품이 끝나지 않았는데 굳이 개봉 전부터 이런 스트레스를 받나? 라고 물을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건 배우로서 이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다. 선수끼리 창피하면 안 되는 건 아닌가”라고 답했다.
그는 “늘 연예인이란 직업을 가지면서 생각하는 게 있다.(대중들에게 질타를) 받더라도, 창피하지는 말자”임을 소신있게 밝혔다.
그렇기에 “내가 최선을 다한 뒤 질타를 받았다면, 분명 때린 이유가 있을 것이고, 칭찬을 했다면 칭찬을 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며 “그 때 그 이유를 찾아보면 된다”고 입장을 전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박지성 선수나 김연아 선수 등 시대의 아이콘을 보면서 느낀 위로감을 영화에 담아내고 싶었다는 배우 정지훈. 그는 “허구의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더 공부를 더 많이 했고 나름대로의 해석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고 털어놨다.
영화의 흥행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20년 가까이 가수와 배우의 길을 걸어온 그는 분명한 철학을 지니고 있었다. “인생을 살면서 최상과 최악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 그 대신 “최선과 차악을 생각한다”고.
“당연히 영화가 흥행이 되면 좋죠.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작품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단 다른 점이라면 최악보다는 차악을 생각한다는 점이다. 진짜 나쁘게 될 수도 있지만 최선을 다 하다 보면 (최소한) 차악이 될 수 있다. 모두가 최선이 되기 위해 끌고 가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하지만 어차피 한 배를 탔다면, 어떤 안 좋은 상황에서도 최악이 아닌, 차악으로 만들어야 하는 게 배우의 임무 아닐까. 선원을 다 살려야 하는 게 목표이니까.”
한편, ‘자전차왕 엄복동’은 일제강점기 희망을 잃은 시대에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 1위를 차지하며 동아시아 전역을 휩쓴 ‘동양 자전차왕’ 엄복동을 소재로 한 작품김유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정지훈, 강소라, 이범수, 민효린, 김희원, 고창석, 이시언 등이 출연한다. 오는 27일 개봉.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