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은 전작에 실패한 위기봉착의 ‘영화감독’이 자칭 ‘예수’라고 우기는 사람과 만나 영화를 찍기 위해 떠나는 어이상실 로드 트립을 그린 블랙 코미디이다. ‘도어락’, ‘쎄시봉’, ‘궁합’ 등 다양한 작품에서 개성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 배우 조복래가 ‘예수’ 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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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예수라고 우기는 정체불명의 남자 ‘예수’ 역을 받은 조복래 배우는 “‘예수보다 낯선’은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살자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고 소개했다. 영화 속에서 ‘예수’가 진짜냐, 혹은 또 다른 특징을 지닌 캐릭터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날카로운 시각을 가진 ‘예수’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다는 점. 그 결과 예수가 범접하기 힘든 특별한 사람이라는 시각보다는 예수를 보다 인간적인 인물로 바라보게 된다.
여균동 감독은 예수를 종교적인 입장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하나의 중요한 사상가, 생각하는 자로 접근했다. 이는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거부감 없이 영화를 관람하게 한다.
“’예수’ 캐릭터는 저에게 있어서 특별한 역할이었어요. 무엇보다 주관이 뚜렷한 분이란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동안 예수님을 제 3자로 보면서 되게 추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거죠. 그 부분이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
무신론자인 조복래 본인에게도 예수라는 역할이 부담이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감독의 대사를 통해 들을 수 있듯 ‘예수도 이야기의 일부일 뿐이다’라고 생각하다 보니까 예수 역할을 맡는 데 부담은 조금 덜어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부담감이 당연히 있었어요. 저 같은 경우는 기독교인이 아니라 되려 무신론자에 가까운데, 꽤나 많은 분들에게 이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해도 되겠느냐, 이 대본 상에서 무슨 문제가 있지 않니, 라고 물어보면서 나름대로는 확인을 받고 안심한 부분도 있고요. ”
“그런데 이야기 자체가 쉽고 재미있고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감독님이 하고 싶으신 이야기와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쭉 듣고 있으니까 저도 이제 배우로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채우고 싶은 인문학적 지식과 여러 가지 것들에 넋을 놓고 듣게 되더라고요. ”
극 중 예수는 진짜 예수인 듯하다가, 또 어떤 장면에서는 예수가 아닌 듯 보인다. 마치 천연덕스러운 바보가 현명한 질문을 하는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여균동 감독은 조복래 배우가 멍청함과 진지함 사이를 오가길 바랐다.
“예수가 어리숙해 보이는데도 맞는 말을 하고, 주인공인 감독에게 생각의 변화를 주는 인물입니다. 그러면서 마음속 깊이 선한 마음을 갖고 남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순수함을 담아내려 했어요.“
4주간 여균동 감독과 매일 카페에서 만나 연습하면서 ‘예수’의 전체적인 톤을 만들어 간 조복래는 ‘예수’의 대사 중 ‘결국에는 모든 사람들이 평범하면서도 특별하지 않나요?’라며 평범함과 특별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좋았다고 했다. 정 반대의 두 단어가 서로 공존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조복래는 ‘기자님은 어떻게 생각하나요?’라며 되묻기도 했다.
“이전엔 평범함과 특별함이 반대되는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모든 사람이 특별하면서도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부분에서 결코 반대되는 말이 아니었나는 걸 깨닫게 된 거죠. 반대되는 두 단어가 결합되며 쓰여질 때 의외로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할까요.”
여균동 감독의 10년만의 복귀작인 이번 작품에 대해, 조복래 역시 반가움을 표했다. 감독이 다시 영화를 시작할 힘을 얻게 됐듯, 조복래 또한 영화의 재미를 처음부터 다시 느꼈다고.
“쉬우면서도 재밌고 편안하게 작업을 했어요. 제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영화의 시작’이었습니다. 저 포함 스태프 9명이 작업했는데 최소한의 인원과 최소한의 비용, 급박함이나 조급함 하나 없이 작업했어요. 한때 엄청난 경험을 쌓고 한참 활동하시는 영화 쪽 지인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든거라, 정말 힘을 뺀 무림고수에나 나올 법한 분들이 각자 자기 장비를 가지고 제대로 만든 영화 느낌이었죠. 거품 없이 뼈대만 놓고 영화를 찍는 순수한 정신을 배웠어요. 저는 그 분들과 함께했던 ‘영화의 시작’ 이었습니다. ”
무림고수들과의 작업은 즐거웠고 행복했다. 꼭 필요한 최소한의 뼈대만 가지고 마치 연극을 하듯이 영화를 찍었다. 영화를 하면서는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작업이었다. 그래서 배우로서는 그 작업 기간이 지금도 값진 기억으로 남아있다.
“두 세 장면 찍고. ‘밥이나 먹자’ 라고 말씀 하세요. 그러다 오늘 찍었으니 내일 쉬자고 하세요. 영화를 하면서 이렇게도 영화를 찍을 수 있구나란 점에서 새로웠어요. 그건 아마 다년간에 쌓아올린 노련함과 자신감에서 나온 것 아닐까요. 무슨 사건이 터져도 ‘괜찮아’ ‘허허허’ 웃으셨던 모습들이 기억에 남아요.”
2014년 영화 ‘명랑’으로 매체 연기에 뛰어든 조복래는 스스로를 7년차 배우라고 소개했다. 부산 출신인 조복래는 서울예대 연극과 05학번이다. 극단 목화에서 연기를 배운 조복래는 고교 1학년땐 성우가 되고 싶었다. 초등학생 시절 일요일 아침마다 TV에서 방영되는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티몬과 품바’ ‘알라딘’ 속 성우 목소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성우들의 더빙 목소리를 들으면 자꾸만 흉내내고 싶었어요. 그렇게 성우 준비반에 들어갔어요. 그러다가 처음으로 연극 무대를 봤어요. 배우를 직업으로 꿈꿔도 좋겠다고 생각한거죠. 그렇게 서울 예술대학에 들어갔고, 연기를 배웠어요.”
10년 가까이 배우 일을 해오고 있는 조복래. 그는 “배우가 참 매력 있는 직업이구나. 이 얼굴로 하긴 쉽지 않겠지만”이라며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루지 못한 꿈인 ‘성우’와 천천히 이뤄가고 있는 ‘배우’라는 꿈에 대해서.
“성우가 되고 싶다는 꿈은 여전히 있어요. 우리가 꿀 수 있는 순수한 꿈이라면, 성우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꿈이 리스트에 있어요. 꿈을 좇아서 가는 것만이 삶의 목표가 아니라면, 한번쯤 해보고 싶어요. 더빙 도전이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언젠가는 더빙에 도전하고 싶어요. 기회는 아직 없었어요.”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