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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결함 논란이 벌어진 삼성전자(005930) ‘갤럭시폴드’의 중국 공개 행사가 연기되는 한편 미국에서는 제품 출시 자체가 미뤄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단 문제가 된 제품을 정밀점검한 뒤 일정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22일 삼성전자와 외신에 따르면 23·24일 각각 홍콩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중국 언론 대상 브리핑 행사가 연기됐다. 당초 이 행사에서는 다음달 갤럭시폴드의 중국 출시를 앞두고 제품 설명과 체험이 이뤄질 예정이었다.
삼성전자는 행사 연기에 대해 공식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최근 불거진 제품 논란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는 언론에 배포된 리뷰용 갤럭시폴드가 사용한 지 이틀 만에 디스플레이 한쪽이 깜빡거리거나 작동하지 않는 등 결함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이를 ‘폴드게이트(foldgate)’라고 부르며 결함 논란을 보도하고 있다.
조애나 스턴 월스트리트저널 과학 분야 칼럼니스트는 유튜브 채널에 갤럭시폴드를 조롱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영상에서 스턴은 종이·목도리·소시지를 끼운 빵 등을 접으며 “무언가를 접고 싶다면 이걸 접어라”고 말한다. 이후 갤럭시폴드 제품을 들고 “이건 사지 말라. 이건 접지 말라”고 강조한다. 영상은 이틀 만에 조회 수 57만회를 넘기며 화제를 낳고 있다. 다만 영상을 본 상당수의 구독자는 “기자가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 “낮은 수준의 저널리즘”이라며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를 두고 폴더블폰과 5세대(5G)폰까지 모두 삼성전자에 선두를 빼앗긴 미국의 위기감이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이폰의 경우 폴더블폰과 5G폰 모두 오는 2020년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된다.
일단 삼성전자는 스크린 결함 논란에 대해 디스플레이 모듈의 부품인 화면보호막을 보호필름으로 오해해 제거했기 때문에 벌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결함이 발생한 제품을 받아 본사에서 정밀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이르면 22~23일 중 나올 예정이어서 결과에 따라 제품 출시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단 분석 작업이 끝나기 전에는 출시 시기에 대해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분석이 끝난 뒤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처음 논란이 불거졌을 때 “출시 연기는 없다”고 못 박았던 입장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 것이다.
외신에서는 최소한 미국의 출시 일정은 늦춰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출시 예정일인 26일까지 며칠밖에 남지 않은데다 제품의 화면보호막을 절대 제거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주의사항을 보강해서 넣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언론 공개 행사가 미뤄진 중국과 아직 행사 일정도 잡히지 않은 국내 출시도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의 경우 다음달 중순 갤럭시폴드가 출시될 예정이지만 언론 브리핑 행사와 사전예약, 출시 일정이 모두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한편 삼성전자가 갤럭시폴드를 선보이자마자 자존심이 구겨지는 모습을 보면서 화웨이와 샤오미 등 경쟁업체에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화웨이는 7월 ‘메이트 X’를, 샤오미는 2·4분기 중 ‘미폴드’ 혹은 ‘미플렉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안쪽으로 접는 인폴딩 방식인 갤럭시폴드와 달리 두 제품 모두 바깥으로 접는 아웃폴딩 방식이어서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066570)의 경우 아직 폴더블폰 시장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탈부착식 스크린을 끼워 넣는 ‘듀얼 스크린폰’ V50씽큐를 출시할 예정이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