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이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의 세포성분이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293유래세포)’ 였다는 사실을 이미 2년 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를 둘러싼 진실과 신약의 운명은 이달 말로 예정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미국 현지실사를 통해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들의 손해배상 집단소송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이번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소송전으로 비화할지 주목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들은 오는 20일께 코오롱티슈진 미국 본사 등 현지 실사에 나설 예정이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식약처 현지 실사는) 5월 중순으로 알려졌는데, 20일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14일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식약처가) 검토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이때가 가장 유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그때쯤으로 협의 중이나 아직 회사로부터 확답을 받지 못해 확정하지 못했다”며 “현지 실사에서는 인보사 개발과정, 세포은행 등 전반적인 상황을 점검하고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현지실사는 인보사의 일부 성분이 개발 도중 바뀐 게 아니라 개발 초기부터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신장세포(293유래세포)가 사용됐다는 회사 측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지 조사를 통해 ‘세계 최초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인보사의 개발부터 시판 허가, 이 과정에서 사실의 은폐 또는 의도적인 거짓이 있었는지도 드러날 전망이다.
하지만 이미 이 신약을 개발한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시판 허가를 받기 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코오롱측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모양새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인보사의) 위탁생산 업체 스위스 론자가 자체 내부 기준으로 2017년 3월 1액과 2액에 대해 생산 가능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STR(유전학적 계통검사) 위탁 검사를 해 2액이 사람 단일세포주(293유래세포)이며 생산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생산한 사실이 있다는 사실을 코오롱생명과학에 통지했다”고 밝혔다. 인보사가 국내에서 식약처 허가를 받은 2017년 7월보다 4개월이나 앞서 인보사 2액이 293유래세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들의 반발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오킴스가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인보사 투여 환자를 모집한 결과, 7일 기준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환자는 110여명으로 집계됐다. 엄태섭 오킴스 변호사는 “이달 내 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코오롱티슈진이 2년 전 이미 인보사의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소송 문의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는 3,707명이다. 인보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회 주사 비용이 700만원 가량에 달한다. 엄 변호사는 “현재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110여명 환자 중 절반 이상은 진단서와 위임장 등 소송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했다”며 “하루 평균 10여통의 문의 전화가 오고 있어 앞으로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환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