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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생충’ 이정은의 시대가 열렸다

연기 비결? ‘마음 씀씀이’
다작 배우...“배우고 지나가야 할 소중한 시간”

  • 정다훈 기자
  • 2019-06-20 21:55:31
  • 영화
“이정은의 시대가 왔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냉혈한 하야시로 존재감을 알린 배우 정인겸의 말이다. 동료 배우의 말은 현실이 됐다.

데뷔 28년 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맞은 배우 이정은. 1991년 연극 ‘한 여름밤의 꿈’을 시작으로 배우의 길을 걸어온 이정은은 “제가 연기를 잘 한다기 보단 마음 씀씀이를 잘 하는 게 아닐까”라고 말하며 지금의 축제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이정은은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에서 박사장(이선균 분)네 입주 가사도우미 문광 역을 연기했다. 영화의 분위기를 급반전시키는 인물로 등장한다. 관객의 기대를 기분 좋게 배신하며,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다.

[인터뷰] ‘기생충’ 이정은의 시대가 열렸다
/사진=양문숙 기자

스스로 ‘귀염상’이다고 애교 있게 말한 그는 “자신의 얼굴에서 반전의 느낌이 나올까 걱정 했는데, 관객들이 놀라워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다. 스크린 속에서 뿐 아니라, 인터뷰 현장에서도 그는 속수무책으로 상대를 빠져들게 했다. 중간 중간 콧소리가 일품인 ‘문광’을 눈 앞에 불러내며, “제가 복숭아 알러지가 있어서”란 식으로 위트 있게 받아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선 슈퍼돼지 옥자의 목소리를 연기하기도 한 이정은은 ‘기생충’ 제안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전했다. ‘옥자’ 때 돼지 목소리를 시키신 게 미안해서 제안을 하셨나 싶었다고. 그래서 처음엔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옥자’ 시사회가 끝나고 나서 감독님이 스케줄을 비워달라고 하셨다. 농담하시는 줄 알고 현장에 같이 있던 분들과 웃으면서 넘어갔다. 농담으로 알아 다른 스케줄이 잡혀있었는데 여러 가지 편의를 많이 봐주셨다. 재밌고, 신나는 작업을 무사히 같이 할 수 있게 돼 좋았다. ”

[인터뷰] ‘기생충’ 이정은의 시대가 열렸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옥자’ 때까지 캐릭터를 철저하게 준비한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부담감 보단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다. 열과 성을 다하는 그녀의 모습을 본 봉준호 감독은 ‘그러지 마시죠’라는 말을 전했다. 전형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는 봉감독은 예상 할 수 있는 기대를 “변주한다”고 표현했다. 추가적으로 집요하게 상상력을 펼칠 수 있게 주문한단다.


“오랜 시간 고민한 이야기이고, 캐릭터를 들고 오시는 분이다. 가이드가 많으니까 배우 입장에서는 편할 수 있다. 배우가 전에 했던 방식으로 연기를 할 때가 많은데 봉 감독님은 상상력을 펼칠 수 있게 해주셔서 너무 좋았다. 나도 모르는 낯선 얼굴, 예상치 않은 반응들이 자꾸 나오게 된다. 그래서 현장에서 재미가 있다.”

김은숙 작가의 ‘미스터 션샤인(2018)에서 함안댁으로 분해 ’함블리‘라는 애칭을 얻어 큰 사랑을 받은 이정은은 변주에 능한 배우다. 보통의 배우들이 하는 박자와는 다른 마력적인 엇박자 리듬을 보이는 연기를 선보인다. 관객은 속수무책으로 빠져들 수 밖에.

그는 “제가 산만하기 이를 데가 없는 성격”이라며, “평소엔 말이 빠르고, 판단을 빨리 내린다”고 자평했다. 그렇기 때문에 “마치 코미디처럼 이 사람이 이런 말을 할 때 (상대인 나는) 빗겨간다고 하더라. 저만의 독특한 속도가 있다기 보단, 다른 배우들의 속도와 달라 변주한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 ‘기생충’ 이정은의 시대가 열렸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인터뷰] ‘기생충’ 이정은의 시대가 열렸다
/사진=윌엔터테인먼트

[인터뷰] ‘기생충’ 이정은의 시대가 열렸다
/사진=윌엔터테인먼트

이정은은 다작 배우로도 유명하다. 최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미스 함무라비‘ ’아는 와이프‘ ’눈이 부시게‘, 영화 ‘미쓰백’. ‘미성년’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했다. 그는 그간 다작을 했다고 기억하기 보단, “최선을 다해 많은 걸 배운 시간 이었다”고 돌아봤다.

“돌아가신 김영애 선배님과 작품을 할 때 제 역할은 어떤 때는 대사 두마디 하고 넘어가고 그랬다. 선배님 옆에 있으면서 배울 게 많았다. 배우로서 배우고 지나가야 할 시간이랄까. 그 때 공부를 많이 한 것 같다. 그 사람과 함께 인생의 얼마간의 시간을 공유하는 이상한 인연이 맺어질 때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 연기를 하는 베이스가 된다.”

“선배님이 배우는 작품을 많이 하라고 했다. 다른 것으로 연기를 배울 수 없다. 사람들하고 어울리면서 배우고, 또 직접 해보면서 배우고, 옆에 동료가 어떻게 하는지 보면서 배우니까. 사람마다 결이 있듯이 역할에 대한 큰 욕심보다는, 서로 도울 수 있게 만드는 분위기를 좋아한다.”

작품 제안이 들어오면 “거절하지 못하는 게 병이다“고 고백하기도 한 그는 ”스스로 속도와 순리가 생기는 것 같다.”며 “새로운 역할이 올 때마다 매번 감사하다”고 털어놨다. 대중의 관심과 다양한 작품의 러브콜을 받는 이유에 대한 해석 역시 함블리처럼 매력적이었다.

“연기를 잘하는 것보다 마음 씀씀이를 배워가는 것 같다. 우리가 죽어볼 수 없지만, 죽는 연기를 해보는 것처럼..결혼을 하는 마음으로 살아보고, 이혼을 하는 마음으로 살아보고 그렇게 매번 다른 마음 씀씀이를 배워가는 것 같다. ”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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