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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한복판에 자리한 집창촌, 이른바 ‘자갈마당’이라 불리는 이곳은 지난 6월 4일 110년 만에 철거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철거가 시작되자 그동안 불법 영업을 한다는 이유로 참아왔던 종사자들의 폭로가 쏟아졌다.
“자갈마당은 그의 제국이었으며 그는 자갈마당의 대통령입니다. 그의 말을 누구도 거역할 수 없었습니다” 업소 종사자들이 하나같이 지목한 사람은 이 일대를 근거지로 한 조직 폭력배의 두목, 정모 씨다.
피해를 호소한 이들은 오랜 기간 금품 갈취, 폭행, 인권 유린 등을 당했을 뿐 아니라 강압에 의해 매달 수십만 원씩 상납 당했다고 주장한다. 그가 이곳에서 오랜 기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까닭에 밉보이면 장사를 할 수 없어 지금껏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한 일이 떳떳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자갈마당이 없어진다고 보고 겪었던 불법까지 덮여서는 안 됩니다” 수년간 조직폭력배에게 피해를 당했다는 폭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과 조폭이 서로 유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경찰이 조폭과 선후배 사이로 지내며 각종 비리를 덮어왔다는 것. 실제 경찰 비리를 고발한 진정서에는 경찰 10명에 대한 개별 비리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적혀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실제 업소를 운영했던 관계자들은 조폭이 업주들에게 돈을 걷어 경찰에게 상납하는 구조였다고 증언한다. 주로 경찰의 날이나 휴가철, 명절 등에 돈 봉투를 건네는 대신 단속 정보를 받았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며 그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 집창촌 ‘청량리 588’ 역시 철거중이다. 많은 이들이 떠난 가운데, 철거중인 건물 옥상에 올라 6개월 째 농성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다. 세 명의 세입자들이 옥상에 올라 쇠사슬을 목에 감으며 투쟁에 나섰다.
세입자들이 옥상에 오른 것은 ‘황제’라고 불리며 20년 넘게 이 일대를 장악했던 조직 폭력배 두목 김 씨 때문이다. 그는 수년간 업주들에게 갈취와 폭행을 행한 것도 모자라, 재개발이 추진되자 이름뿐인 건설 회사를 세우고 각종 이권을 취득했다. 270여 억으로 책정된 보상금은 공중분해 됐고, 조직 폭력배들은 각종 리베이트를 받아 챙겼다.
주민들은 조직 폭력배인 김 씨가 오랫동안 건재했던 배경에는 경찰의 비호가 있었기 때문이라 주장한다. 오랜 기간 포주 생활을 하며 검·경, 공무원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인맥을 형성한 것을 바탕으로 밀접한 유착 관계를 맺어왔다는 것이다.
결국 용역업체에 돈을 받은 정황이 밝혀지며 법정에 섰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대폭 감형을 받은 청량리 황제 김 씨. 그와 끈끈한 유착 의혹으로 징계를 받았던 경찰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그 사람(조직 폭력배 두목)은 무소불위한 사람 같아요. 안 되는 일이 없고 저희가 뭘 해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지난 24일, 옥상 농성을 이어가던 중 농성자 최창욱 씨가 원인 모를 폭발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사고로, 경찰은 단순 사고로 보고 있지만 동료들은 그가 죽음으로 내몰렸다 주장한다.
이제 전국에 남아있는 집창촌은 약 20여 곳. 전국 집창촌에서는 개발과 철거 문제를 둘러싸고 크고 작은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존재해서는 안 되지만 존재하고 있는 공간, 집창촌. 그 속에서 벌어진 비리와 의혹을 추적하는 MBC ‘PD수첩-집창촌 황제들, 그들이 사는 법’은 오늘(2일) 밤 11시 5분에 방송된다.
/김주희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