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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현대무용과 만난 블랙코미디 오페라

  • 정다훈 기자
  • 2019-07-10 08:08:58
  • 문화
20세기 최고 문제작이자 화제작인 쿠르트 바일의 현대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이 국립오페라단 무대에 오른다.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직무대리 김수한)이 7월 11일부터 1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을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현대무용과 만난 블랙코미디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현대무용과 만난 블랙코미디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현대무용과 만난 블랙코미디 오페라

독일의 극작가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와 작곡가 바일(Kurt Weill, 1900-1950)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 작품은 대본의 주제와 음악 스타일 덕분에 수많은 논란을 일으킨 그야말로 20세기 오페라의 문제작이자 화제작이다. 국립오페라단은 국내 오페라 무대에 단 한번도 소개되지 않았던 이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여 초연한다.

1930년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 완성된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은 히틀러가 가장 싫어했던 오페라로 유명하다. 나치의 상연금지령으로 한때 무대에 오르지 못했으나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20세기 오페라 중 하나다.

‘마하고니’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으로 인하여 사회가 번영하고 몰락하는 과정을 담아 자본주의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서푼짜리 오페라>라는 작품으로도 알려져 있는 작곡가 쿠르트 바일은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을 통해 오페라에 재즈, 래그타임, 캬바레 음악 등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도입하고 일반적으로 오페라 오케스트라에 등장하지 않는 색소폰, 밴조, 반도네온 등의 악기를 사용하여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탄생시켰다. 때문에 ‘클래식과 엔터테인먼트 음악의 하이브리드’ 혹은 ‘현대오페라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을 받는다.


2019년 한국 초연을 위해 국립오페라단은 19세기 중반 이후를 배경으로 삼은 원작과는 다른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드라마투르그 이용숙은 이에 대해 “급격한 산업화로 인하여 자본주의가 본격화된 시기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갓 태동하던 시기로 눈을 돌리면 어떨까”라는 문제 제기에서 시작되었다고 설명하였다. 즉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이 담고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그로 인한 인간 소외의 문제는, 사실 바로크 시대 유럽 절대왕정이 추구했던 식민지 개척과 중상주의(mercantilism)에서 그 싹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프로덕션은 원작의 배경을 벗어나 시공간적 배경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서 펼쳐진다. 블랙 & 화이트의 모노톤, 주로 직선과 사각도형으로 이루어진 초현실적인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은 바로크 시대를 연상시키는 화려하고 과장된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초현실적인 공간과 바로크 시대의 화려하고 과장된 의상의 이러한 비현실적인 결합은 시각적인 아이러니함, 가사와의 불일치로 인한 혼동을 초래한다. 이를 통해 관객이 극에 몰입하여 현실을 자각하는 것을 방지하는 브레히트의 극적 의도인 ‘낯설게하기 효과’(Verfremdungseffekt)를 시도하고자 한다.

이번 작품의 연출과 안무는 음악에 대한 남다른 감수성으로 감각적이고 창의적인 무대를 선보여온 국립현대무용단 안성수 예술감독이 맡는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브레히트의 작품을 서사적으로 무대에 옮기는 대신 오페라와 현대무용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시도에 도전한다.

이번 작품의 지휘는 2018년 국립오페라단 <코지 판 투테>로 한국 관객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겼던 젊은 마에스트로 다비드 레일랑이 맡는다. 세계 유수의 극장에서 헬덴 테너로서 주로 바그너 오페라와 현대 오페라의 주역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테너 미하엘 쾨니히와 2018년 국립오페라단 <유쾌한 미망인>의 한나로 활약한 소프라노 바네사 고이코엑사가 각각 지미와 제니로 무대에 오르고, 또 다른 지미와 제니는 2018년 <마농>으로 국립오페라단 무대에서 데 그리외 역으로 호평을 받았던 테너 국윤종과 <라 보엠>의 사랑스럽고 밝은 무제타로 활약한 소프라노 장유리가 맡는다.

또한 5월 국립오페라단 국내초연 <윌리엄 텔>에서 개성 넘치는 윌리엄 텔의 아내 헤트비히 역으로 활약한 메조 소프라노 백재은이 포주 베그빅으로 돌아온다. 이 외에도 테너 구태환과 민경환, 바리톤 나유창과 베이스 박기현, 이두영 등 정상급 성악가들이 주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16명의 젊은 현대무용수들이 성악가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에너지 넘치는 장면을 연출할 예정이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이 나선다.

[사진=국립오페라단]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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