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모토GP’가 열린 독일 작센링 서킷은 한국 기업 홍진HJC의 로고로 뒤덮였습니다. 칼 크러치로 등 정상급 레이서들이 HJC의 헬멧을 쓰고 참전해 3위로 포디움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모토GP는 세계 최고의 모터사이클 레이싱 대회로 HJC가 4년째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있습니다.
| HJC 헬멧을 쓰고 코너를 질주하는 칼 크러치로 선수. /사진제공=HJ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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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 독자분들이라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아시겠지만, 그래도 바이크 꿈나무 여러분들을 위해 다시 읊어봅니다. HJC는 1990년대 이미 북미 시장 1위에 오른 후 2001년부터는 세계 헬멧 시장 1위를 석권하고 있는 한국 기업입니다. 홍완기 회장이 1971년 창립해 지금은 국내와 미국·독일·프랑스·베트남 법인에서 1,0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죠. 지난해 매출(859억원) 중 해외 매출 비중이 95%에 이릅니다.
| 언제 봐도 끓어오르는 서킷의 풍경!/사진제공=HJ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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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초기에는 저가 헬멧 시장부터 파고들었지만 최근 10여년 간은 프리미엄 헬멧 시장에서도 상당한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모토GP 등 바이크 레이싱 대회 후원과 ‘알파(RPHA)’ 시리즈 출시 등 제품·마케팅을 포함한 전방위적인 고급화 전략을 펼친 덕분입니다.
| 올 초 출시된 알파11 NAXOS MC2SF 모델. 아쉽게도 국내에선 판매하지 않고 있지만 색깔이 너무너무 이쁩니다. /사진제공=HJ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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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10년부터 출시된 알파 시리즈는 HJC의 위상을 급격히 끌어올렸습니다. 품질 면에서도 해외의 품질평가기관·바이크 전문지 등에서 호평을 받았고, 특히 디즈니그룹 산하의 마블·루카스필름과 협업을 통해 잇따라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전 세계 바이커들의 이목을 붙잡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스켈레톤 선수인 윤성빈이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착용해 더욱 유명해진 ‘아이언맨 헬멧’ 외에도 ‘스파이더맨 헬멧’ ‘다스베이더 헬멧’ ‘블랙팬서 헬멧’ 등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 왼쪽은 스파이더맨, 오른쪽은 베놈. 원래 둘다 히어로긴 하지만 바이크 위에선 뭔가 강력한 빌런같은 분위기를 뿜어내는데 그게 또 그렇게 멋있지 말입니다. /사진제공=HJ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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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워즈’의 스톰트루퍼와 다스베이더 헬멧. 스타워즈 러버로서 박수!!!!를 치게 되는 모델들입니다. /사진제공=HJ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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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시장을 주름잡아왔던 놀란·슈베르트 등의 헬멧 제조사가 하나둘씩 무너지면서 전 세계 헬멧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는 이제 몇 남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한국·중국·일본 기업들이 3파전을 벌이는 모양새가 됐죠. 일본의 ‘쇼에이’와 ‘아라이’가 일찌감치 글로벌 프리미엄 헬멧 시장을 석권한 가운데 중저가 이미지를 벗은 HJC가 두 일본 기업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LS2는 착실히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가성비 헬멧’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한국인으로서는 아무래도 HJC를 응원하게 됩니다. 게다가 요즘 정말 잘 하고 있으니까요. HJC는 여전히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며 기술·디자인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해외에서 “요즘은 HJC 헬멧이 너무 흔하단 말이야!”라고 투덜거릴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