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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극본 이병헌, 김영영, 연출 이병헌, 김혜영, 제작 삼화네트웍스) 6화에서 편성 보류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진주(천우희)와 범수(안재홍). 그리하여 진주는 결심했다. 문제를 해쳐나가려는 노력 대신, 그저 ‘가만히’ 있어 보기로. 범수는 제작사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진주가 사는 집으로 찾아왔지만, 진주는 그저 가만히 앉아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세상이 너무 이상해. 이번엔 가만히 있어 보겠어요. 노력해서 얻은 게 이 정도뿐이라는 걸 예상치 못했듯이, 가만히 있는데 예상치 못한 명품가방이 떨어질지도 모를 일이죠”라며 해탈해버린 듯 저세상 논리를 펼치는 진주. 범수는 “그 말이 더 이상해”라면서도, 일단 함께 가만히 있어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고요한 정적을 견디지 못하고 좀이 쑤셔 돌아버리기 일보 직전, 집에 누군가가 방문할 때마다 자동반사로 헐레벌떡 뛰쳐나가 맞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의 바람과 달리 반찬을 가져다주러 온 진주의 엄마(강애심)도, 하교한 인국(설우형)도 지옥의 침묵을 깨주긴커녕 바로 나가버렸고, 텅 빈 집에는 범수의 간절한 외침만 메아리칠 뿐이었다.
범수에게 당차게 고백했지만 대차게 차였던 다미(이지민)는 환동(이유진)에게 “감독님이 작가님 좋아하는 거 알아요?”라며 뜬금포를 던졌다. “작가님 앞에서는 흐트러지고 애처럼 굴지 않는다는 거지”라는 것. 그러나 그녀의 직감은 멋지게 빗나간 듯했다. 그 시각 범수는 앉아있는 진주의 머리로 가방을 떨어뜨리며 “띵~ 띵 떨어졌어. 가방이!”라며 원맨쇼를 하고, 방귀를 뀌곤 좋다고 웃는 등 상당히 애처럼 구는 중이었기 때문.
소민(이주빈)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찍기 시작한 은정(전여빈)은 영상에 담긴 소민의 모습이 너무 솔직한 나머지 오히려 거짓으로 느껴져 고민이었다. 그녀의 환영인 홍대(한준우)는 은정에게 다큐멘터리에 같이 출연해 볼 것을 제안했다. 감정 기복이 어마어마하고, 죄책감을 동력 삼아 일하기 위해 썰매를 타러 가며, 2만 보 이상을 걸었지만, 시나리오가 들어왔다는 말에 “렛츠고파레!”라고 소리치는 특이하고도 안쓰러운 소민. 은정은 그렇게 이유도 모른 채 멀어졌던 친구에 대해 다시금 알아가는 중이었다.
한편, 진주와 범수의 의기투합을 목격한 뒤로 계속 심기가 불편했던 혜정(백지원)은 진주의 구 남친이자 범수의 후배인 환동에게 색다른 제안을 던졌다. 바로 자신의 작품 연출을 맡아 달라는 것. 범수에 대한 존경심에 당연히 고사할 줄 알았던 환동은 예상외로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방송국에는 임진주 작가와 손범수 감독, 장혜정 작가와 김환동 감독이라는 이상야릇한 조합이 탄생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보람찬(?) 하루를 보낸 진주와 범수는 마음이 꽃밭이었다. 가만히 있기를 마무리하던 중, 범수가 “정들었어요. 정들었다고”라며 ‘훅’ 들어와 버린 것. 이후로 “덩실덩실? 폴짝폴짝? 심쿵”이라며 자신의 마음을 가늠해보던 범수와 집 안에 가만히 있다가도 현관문 쪽을 자꾸만 슬쩍 확인하게 되는 진주. “상대방이 피식하고 작은 반응이라도 해주면 어마어마한 애정 호르몬이 좋다고 널뛰는 거지”라던 다미의 말처럼, 애처럼 굴던 범수에게 피식해버린 진주. 이들의 멜로가 드디어 시작된 듯하다.
‘멜로가 체질’. 매주 금, 토 밤 10시 50분 JTBC 방송.
최재경 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