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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악화 LG디스플레이...한상범 부회장 용퇴

중국發 디스플레이 치킨게임에
대표 교체 승부수 '공격적 행보'
'재무통' 정호영 사장 구원투수로
LG 세대교체 가속화 분석도

실적악화 LG디스플레이...한상범 부회장 용퇴

LG디스플레이(034220)가 중국에서 불어오는 디스플레이 산업재편에 대응해 ‘수장 교체’라는 극약처방을 꺼내 들었다. 구광모 회장 체제 들어 LG(003550)그룹이 시장 변화에 대응해 한층 공격적이고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치킨게임 양상으로 변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생존을 위해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금기를 깼다.

LG디스플레이는 현 대표이사인 한상범 부회장이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함에 따라 정호영(58·사진) LG화학(051910) 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날 LG디스플레이는 긴급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인사를 확정했다. 정 신임 사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LG화학 후임 CFO에는 차동석 에스엔아이(S&I) 전무가 선임됐다.

한 부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1년 3월15일까지였으나 잔여 임기를 1년 반가량 놔두고 사의를 표하게 됐다. 한 부회장이 이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도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등 적극적 대외활동 행보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전격적인 최고경영자(CEO) 교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한 부회장은 ‘책임경영’과 ‘성과주의’라는 LG의 인사원칙에 따라 사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새로운 사령탑을 중심으로 사업전략을 재정비하는 한편 조직 분위기를 쇄신해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올 1·4분기 1,3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4분기에는 3,687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 악화 추이가 가팔라지고 있다. 올 3·4분기에는 2,1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실적 반등을 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올 연말께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업계에서 파다하게 퍼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영을 이어받은 정 사장에게 디스플레이 시장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정 사장은 LG전자(066570) 영국 법인장을 거쳐 LG디스플레이·LG생활건강·LG화학 등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거쳤다. 특히 2008년부터 6년간 LG디스플레이 CFO로 재직했다는 점에서 디스플레이 부문의 전문성이 높기는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가 현 시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시장조사기관인 IHS마킷에 따르면 55인치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 가격은 지난해 8월 156달러에서 지난달에는 106달러로 급하락했다. 중국의 BOE와 차이나스타(CSOT) 등이 10.5세대 LCD 라인을 통한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에 물량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파주 8.5세대 공장의 LCD TV 패널 생산라인 가동률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가동 중단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중·대형 OLED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9인치 이상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의 점유율은 96.7%(2019년 1·4분기)다. 30인치·40인치 이상의 TV용은 사실상 100%다. 그러나 LCD 패널 대비 4~5배쯤 비싼 가격 때문에 실제 출하량으로 보면 미미한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의 한 관계자는 “OLED의 비싼 가격은 공급량이 수요에 못 미쳤기 때문”이라면서 “최근 가동을 시작한 중국 광저우 대형 OLED 패널(8.5세대) 공장과 파주 공장을 투트랙으로 운영하면 2022년 대형 OLED 패널 생산량 1,000만 시대를 가속화할 수 있고 가격도 LCD와 경쟁해볼 만한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 경영으로 봤을 때는 구광모 체제가 들어선 지 1년가량이 지난 만큼 LG그룹이 세대교체 작업에 힘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 회장은 지난 연말 그룹의 모태인 LG화학 CEO에 3M 출신인 신학철 부회장을 영입하는 등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를 비롯해 주요 LG그룹사의 실적이나 주가가 좋지 않은 만큼 여타 CEO들의 자리 보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2년 한 부회장이 CEO로 취임한 후 23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면서 LG디스플레이가 글로벌 일등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며 “어려운 상황에 CEO의 책임을 맡은 정 사장은 LCD에서 OLED로의 사업전환에 가속도를 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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