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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기술을 탄생시켜 도전과 도약의 새로운 10년을 만들어 갑시다.”
이동훈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은 7일 서울 제이더블유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제 10회 디스플레이의 날’ 행사에서 최근 디스플레이 업계의 어려움을 지적하며 이 같이 당부했다. 중국의 저가 액정표시장치(LCD) 공세로 LG디스플레이(034220)가 올해 1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등 경영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기술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올 7월부터 본격화된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 규제로 최근 몇달간 디스플레이 제조의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 수급에 차질을 빚는 등 정치적 요인마저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어 기술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 협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스마트폰, TV 등 세트시장의 성장정체로 시장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은 이전보다 공격적인 투자로 생산설비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물량을 쏟아내며 우리를 위협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간 무역분쟁이 다각화되면서 글로벌 무역환경이 악화되고 있으며 일본 수출규제까지 더해지며 시장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우리에게 주어진 고민과 숙제가 참으로 무겁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나 한 중소업체 대표 또한 “글로벌 불황으로 디스플레이 수요가 줄어들면서 중소 업체까지 덩달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국내 업체의 대응은 올 하반기 부터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한상범 부회장의 용퇴 이후 한달도 채 되지않은 지난 4일 임원 및 조직의 25%를 감축하는 과감한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았다. 정호영 신임 대표 체제에서 이 같은 조직 슬림화 전략은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LG디스플레이 임직원 수의 6분의 1 가량인 5,000명 이상을 희망퇴직을 통해 내보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속에 LG디스플레이는 업계 1위인 TV용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중심으로 OLED에 대한 공격적 투자로 반등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OLED는 LCD 대비 기술 난도가 높은데다 수율 관리가 힘들어 향후 수년간 중국과의 격차 유지가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또한 오는 10일 충남 아산 탕정 사업장에서 13조2,000원 규모의 퀀텀닷 디스플레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중소형 OLED 시장에서 90% 이상을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시장의 역성장과 중국의 OLED 부문 공격적 투자로 새로운 수익원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다품종 소량생산’ 기술이 필요한 전장용 디스플레이 시장 등을 공략해 업계 주도권을 놓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LED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어 삼성 특유의 ‘초격차’ 전략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빛을 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일본에 주로 의존하고 있던 고순도 불화수소 등 핵심소재 국산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며 외부변수에 따른 리스크를 크게 낮추는 모습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자국 정부의 보조금 등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의 공략 때문에 LCD 시장의 치킨게임이 보다 치열하게 전개되는 모습”이라며 “결국 OLED ‘규모의 경제’ 확보 등을 통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신산업 분야의 수익성을 높이는게 관건”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유정열 산업통상자원부 정책실장을 비롯해 업계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다. 디스플레이의 날은 2006년 10월 국내 디스플레이 수출액이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을 기념해 2010년 제정돼 올해 10회째를 맞았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