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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북한의 금강산 일대 남측시설 철거 요구에 대해 28일 당국 간 실무회담을 북측에 제안하면서 ‘금강산 지구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언급해 관심을 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금강산 논란과 관련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창의적 해법’을 강조한 만큼 정부가 실무회담을 계기로 북한 관광 재개 방안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금강산 관광 문제와 관련 “정부와 현대아산은 10월 28일 오늘 월요일 오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금강산국제관광국 앞으로 각각 통지문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정부는 북측이 제기한 문제를 포함해서 금강산 관광 문제 협의를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를 제의했으며, 관광사업자가 동행할 것임을 통지했다”면서 “현대아산은 당국 대표단과 동행하여 북측이 제기한 문제와 더불어 금강산 지구의 새로운 발전 방향에 대한 협의를 제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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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남북 간 실무회담에 현대아산 등 관광사업자를 대동할 계획을 밝힌 만큼 정부가 개별 관광 활성화를 통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북한 전문가들도 대북제재를 우회하면서 남북교류협력 사업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방안으로 소규모 개별관광을 꼽았다. 과거 현대아산이 주도한 금강산관광은 대금을 한꺼번에 북한에 내는 방식이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대량현금(벌크개시) 금지 조항에 위배되지만 개별관광은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같은 대량현금 조항을 의식한 듯 지난 25일 청와대 출입기자단 초청행사에서 “관광 자체는 유엔 안보리 제재(위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관광의 대가를 북한에 지급하는 것은 제재를 위반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러니 기존의 관광 방식은 안보리 제재 때문에 그대로 되풀이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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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간에 실무회담이 원활히 진행될 경우 정부는 인도적 사업으로 대북제재 면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산가족 상봉을 고리로 개별 관광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이 대변인은 “금강산은 관광지역으로서의 어떤 공간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리고 이산가족의 만남의 장 그리고 사회문화 교류의 공간 이렇게 3개의 기능적인 공간적인 구성되어 있다”며 이산가족 상봉의 장으로서의 금강산의 가치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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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정부의 구상이 현실화하기 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 있다. 일단 북한이 남측의 실무회담 제안을 받아들일지부터가 미지수다. 앞서 북측은 남측에 금강산 일대 남측 시설 철거 통지를 위한 협의를 제안하면서도 심도있는 대화가 어려운 문서교환 방식으로 제안했다. 이를 두고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제재완화에 소극적인 남한의 태도에 대한 북한의 분노가 극에 달한 결과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2008년 발생한 박왕자씨 피격사건에 따른 신변안전 문제도 큰 걸림돌이다.
더 큰 문제는 북미 간의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데 있다.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미국은 북한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한국과 일본 등 국제사회에 대북제재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개별 관광이 대북제재 위반 조항이 아니라고 하지만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미국의 대북정책과 반대되는 행보인 만큼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 정부가 개별관광 재개를 밀어붙일 경우 한미 간에 금강산 문제가 향후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