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열린 백두산 삼지연군 읍지구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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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스스로 정한 북미 비핵화 협상 ‘연말 시한’을 앞두고 3일 백두산을 다시 찾았다.
김 위원장이 중대한 정치적 결단 전에 지도자로서의 정통성과 권위를 강조하기 위해 백두산을 찾은 전례를 볼 때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10월에도 김 위원장은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른 뒤 남북 교류협력의 단절을 의미하는 금강산 일대 남측 시설 철거를 전격 지시한 바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인민의 이상향으로 천지개벽 된 삼지연군 읍지구 준공식이 12월2일 성대히 진행되었다”며 “김정은 동지께서 참석하시어 준공 테프(테이프)를 끊으시었다”고 보도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백두산 삼지연군 읍지구 준공식에 참석해 준공 테이프를 끊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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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고려할 때 김 위원장의 백두산행은 연말 시한을 넘길 경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을 통해 대화의 판을 깰 수 있다는 경고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북한은 북미협상에서 미국의 강력한 무기가 대북제재라는 점을 의식한 듯 자력갱생을 수차례 강조했다. 최룡해 국무위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이날 준공사에서 “삼지연군 읍지구는 우리 인민의 일심단결 혁명정신과 자력갱생의 영웅적 투쟁에 의하여 솟아난 만리마 시대의 창조물”이라고 자찬했다.
 | 지난 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백두산 삼지연군 읍지구 준공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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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리태성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도 이날 담화를 통해 연말 시한을 상기시키면서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며 제재완화 등 미국의 상응조치를 거듭 촉구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연말이라는 시한을 설정한 것이 스스로 시간표에 쫓기는 자충수를 둔 형국이 됐다”고 진단했다.
 | 지난 6월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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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미국 역시 김 위원장의 백두산행이 갖는 정치적 의미를 잘 알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미대화 판이 깨지고 김 위원장이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ICBM 등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대북 유화 메시지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도 조만간 김 위원장과의 우호관계를 과시하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리며 북한 리스크 관리 정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