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아주 추워지기 전인 지난 10월의 묵은 시승기를 올려봅니다. 이 때 저도 많이 설레었던 게, 트라이엄프의 본네빌 T120을 드디어! 타볼 수 있었거든요. 아시다시피 본네빌은 1959년 650㏄짜리 T120이 처음 등장한 이래 꾸준히 전세계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의 사랑을 받아 온 트라이엄프의 대표 모델 중 하나입니다. 클래식 바이크를 좋아하는 저도 언젠가 한 대 들일 생각입니다. 트라이엄프코리아가 2016년에 출범했다면 아마 W800이 아닌 본네빌을 샀겠거니 싶어 아쉽기도 하지만 앞으로 타면 되겠죠.
저는 몇 년 전 미국에서 865㏄인 본네빌 T100 구모델을 렌트해 탔던 적이 있습니다(
두유바이크 16회 클릭). 당시만 해도 타본 바이크가 몇 대 안됐던 데다 기억력이 나빠 이제는 어떤 느낌이었는지 희미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울프125만 타다 갑자기 리터급에 가까운 바이크를 접하게 됐으니 당연히 모든 면에서 신세계였던 건 확실합니다. 그럼 과연 T120는 어떨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 영롱한 T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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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20의 배기량은 1,200㏄. 전륜 더블디스크에 ABS 와 트랙션 컨트롤이 적용됐습니다. 제가 과거에 탔던 T100이 많이 옛날 모델처럼 보일 만큼 계기판 등이 세련돼졌지만 그러면서도 클래식의 감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로고나 도색 등이 전반적으로 더 정교해져서 본네빌의 아우라가 더 강해졌습니다. 이리저리 주절댔지만 결론은 예쁘다는 겁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다른 클래식 바이크들, 그리고 과거의 T100과 비교해서도 확실히 우위입니다.
| 영롱쓰...순정 열선그립도 장착돼 있었던 본네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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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차중량이 224㎏으로 조금 무겁지만 시트고가 790㎜라 대충 편하게 타도 되는 스펙입니다. 실제로 타 보니 무게중심이 아랫쪽에 있어선지 제 W800보다 가볍게 느껴지더군요. 이 날은 당일치기 시승인지라 오랜만에 북악스카이웨이로 향합니다. 울프 125를 타고 서울 서쪽에서 천호동으로 가는 길은 많이 멀었던 것 같은데, 1,200㏄ 바이크로 바꿔 타고 천호동에서 북악스카이웨이로 가는 길은 올 때의 절반 정도 거리로 느껴졌습니다.
본네빌 T120은 고풍스런 외관과는 달리 매우 현대적인 바이크지만, 배기음과 진동은 의외로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고동감 덕분에 시승 내내 기분이 좋더군요. 그리고 천성이 거칠기보단 순한 바이크라 1,200㏄의 바이크인데도 부담스럽지 않게 복잡한 서울 시내를 쏘다닐 수 있었습니다. 리터급 바이크란 사실을 자꾸 까먹을 정도로요.
| T120 at 북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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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낮인데도 몇몇 라이더들이 이미 올라와 있더군요. 어떤 분들이신진 모르겠지만 매우 부러웠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언더본으로 며칠 전에 바이크 입문하셨다는 분, 이것저것 타시다 지금은 하야부사 타시는 분 등과 잠시 담소를 나눈 후 북악스카이웨이의 나머지 코스를 이어 달려봅니다. 이미 단풍도 거의 져버린 늦가을 풍경이 다른 어느 계절보다도 본네빌과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본네빌 T120은 아주 민첩하진 않지만, 북악스카이웨이의 빙글빙글 도는 코너를 잘 따라와 줍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다소 충격이 세긴 하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그리고 본네빌 T120은 요즘 바이크답게 ‘로드(일반)’과 ‘레인’, 두 가지 모드 중 선택이 가능합니다. 이날 비가 안 와서 레인모드를 시험해볼 일이 없어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 ‘로드’ 모드가 표시된 계기판. /사진제공=트라이엄프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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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본네빌 T120과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슬슬 불금 저녁을 맞이하는 서울 시내 도로를 뚫고 다시 천호동 트라이엄프코리아로 향합니다. 쌀쌀한 날씨인데도 T120의 엔진열이 상당히 따뜻해 다행이었는데, 반대로 여름엔 좀 괴로울 것도 같더군요.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비매너 사륜차 때문에 본의아니게 급제동을 한 번 하느라 T120의 제동 성능이 준수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친절한 트라이엄프코리아 직원님께 사진 한 장 찍어주십사 부탁드렸습니다.
| 지금은 헤어져도 언젠가 다시 만날거야...(눈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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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별로 춥지는 않지만 저는 이미 바이크를 모두 봉인했습니다. 이제 거의 두 달째네요. 겨울에도 타시는 분들은 블랙아이스와 추위 조심하시고, 안 타셔서 심심한 분들은 두유바이크 정주행 자신 있게(!!!) 권해봅니다. 이제 새해인 만큼 다음 번 두유바이크에서는 2019년 바이크 시장 결산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