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선 참패를 기록한 미래통합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당 재선과 쇄신을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에게 맡기기로 했다. 통합당은 지난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의석 84석(전체 253석)에 그쳐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큰 패배를 당했다. 김 위원장은 계엄령 수준의 전권을 주고 당 쇄신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그가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할 경우 재창당 수준의 혁신이 전망된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및 당 대표 권한대행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 20대 국회의원, 21대 당선자 142명 가운데 아예 연락이 안되는 2분을 제외한 나머지 140명 전체 전화를 돌려서 의견을 취합했다”며 “그 전에 최고위원회에서 의견을 모았었고 의원총회 이후에 최종적으로 의견을 수렴한 결과 김종인 비대위가 다수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김종인 비대위로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다음 주께 출범할 전망이다. 심 권한대행은 “상임전국위원회 이런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다음 주 초쯤 준비해 실무가 되는대로 절차를 거치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통합당 당헌상(제 96조) 비상대책위원회는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안정적인 당 운영과 비상상황 해소를 위해 설치할 수 있는 기구다. 위원장 1인과 15인 이내로 위원을 구성하고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 대표 또는 당 대표 권한 대행이 임명한다. 비대위가 설치되면 최고위원회의는 즉시 해산하고 비대위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비대위의 기간은 비상상황 종료 또는 전당대회를 열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선출될 때까지다. 심 권한대행은 김 전 위원장을 만나서 비대위를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만나봬야 안다. 수락하시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를 수락하면 초당적 원한을 가진 비대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비대위는 당헌상 전당대회 전까지가 기간이다. 당 대표와 최고위의 권한을 대행하기 때문에 당헌·당규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전당대회를 7월, 8월에 하겠다는 전제가 붙으면 나한테 와서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얘기할 필요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당대회를 치르기 위한 ‘관리형’ 비대위가 아닌 대선 때까지 이끌고 가는 ‘개혁형’ 비대위에만 참여하겠단 의사로 풀이된다.
통합당은 당헌·당규상 규정된 8월 31일에 전당대회를 치를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당헌·당규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비대위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다음 대선을 어떻게 끌고 갈지 준비가 철저히 되지 않고서는 지금 비대위를 만드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은 대선이 확실하게 보일 수 있도록 (비대위) 일을 해주고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는 준비까지는 해줘야 한다”며 “대통령 임기가 2년밖에 안 남았고, 내년 3∼4월 이후부터는 대선 후보 선정 등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 전 위원장은 재창당 수준의 개혁을 예고했다. 새 당을 염두에 둔 것으로 기존 통합당의 당헌·당규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는 “통합당이 당을 새롭게 창당하는 수준에서 지금까지 잘못을 국민에게 솔직히 시인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한 뒤 다음 해야 할 일을 설정해야 한다”며 “국민이 더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당명으로 바꾸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했다.
/구경우·김혜린 기자 bluesquare@sedaily.com